안산 대동서적 리뉴얼 오픈, 어떤 서점이 될 것인가
새롭게 단장한 안산 대동서적, 오랜기간 준비를 거쳐 드디어 오픈했다. 예정보다 일찍 선보이기 위해 수고롭게 많은 책들을 임시 서점에서 옮기고 진열하는 등 손님들의 편의를 생각한 정성을 알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서점을 찾았다. 평일 오전 오픈 직후라 손님은 많지 않았고 아침의 신선한 햇살과 새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의 새것 냄새는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지난번 들렀을 때, 건물 둘레만 서성이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들어가서 인테리어와 책 진열,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3개 층으로 나뉘었던 서점이 지하 만화카페에 공간을 내주어 2개 층으로 압축된 만큼 서고는 알뜰하게 공간을 나누어 책을 비치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벽쪽을 제외한 공간 안쪽의 책장들은 어깨보다 낮아서 한 층의 공간이 탁트여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면, 바뀐 지금은 서고들의 키가 커지고 구획을 나누어 배치되어 하나의 층이 여러 개의 구획으로 나뉜 느낌이 들었다.
1층 중앙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계단은 널찍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보다 훌륭한 바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휴식을 취하면서 골라둔 책들을 훑어보거나 서가에서 조금 떨어진 김에 동행과 소근거리며 대화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점 밖에서는 2층에 책을 보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서점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3층에는 생각보다 메뉴가 다양한 북레스토랑과 세미나실, 독서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존 북카페의 기능을 식음료 부분과 세미나실로 구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세미나실은 50인이 들어갈 수 있는 본격적인 세미나실과 소규모 인원이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회의실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설비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하 만화카페로 내려가보았다. 따뜻한 방에 배를 깔고 누워 읽어야 더 재미있다는 진리가 있는것인지,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만화책을 편안히 볼 수 있도록 쾌적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공간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정서를 갖게 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서점은 사람들에게 책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 책을 경험하도록 부추기고 고객들이 지적 호기심을 채우거나 발견하는 공간이다. 책의 물성, 책에서 파생된 상품, 책의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대동서적은 성실한 책의 진열과 판매위주에서 경험을 파는 공간이 되고자 변신했다. 곳곳에 자리잡은 '앉을'공간들이 이를 대변한다. 조용하고 멋진 인테리어도 공간에 머무르고 싶도록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대동서적이 만들어 둔 '앉을 공간'들에 대해서.
누가 거기에 앉을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1층 중앙 계단에 마련된 앉을 공간이 바라보는 공간, 계단 앞쪽의 책진열대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곳에 책 진열대를 둘 것이 아니라 작은 무대를 만들어 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프로젝터를 띄우고 영상을 보거나 작은 공연을 하거나 작가와의 북토크를 할 수 있는 무대 말이다. 전편에는 대동서적의 예쁜 로고가 반짝이고 사람들은 그 곳을 중계하고 기록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층 서가 안쪽 공간에 마련된 소파는 조금 부담스럽다. 내가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다른 손님들은 뒤쪽 책장에 접근하기가 곤란한다. 다른 사람의 독서를 방해하는데에 주저할테니 말이다. 그에 앞서 책장쪽으로 향하는 조명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기에 충분하지 않다. 소파 옆 탁자의 스탠드를 켜보아도 검은 삿갓이 책을 충분히 비춰주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소파 없이 높다란 원형 테이블만 중간에 있다면 잠깐씩 책을 확인할 손님들에게 유용하지 않았을까. 구획이 나뉘어 다소 좁게 느껴지는 서고가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곳을 탐험하는 손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같지는 않았다. 그 소파는 1층 중앙 계단 앞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게 나을 것 같았다.
2층 어린이책 코너의 책진열장은 다른 공간의 진열장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구획을 계획하고 새롭게 가구를 짰다면 어렵지 않았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을 찾는 손님들이 몸을 낮추고 아이의 시선을 맞추며 책을 고르는 엄마아빠들이라면 아이들이 손쉽게 책을 보고 만지고 고를 수 있는게 좋을 것이다. 예전 1층 앞쪽에 어린이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을때, 낮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던 어느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을 그려보건데, 그 쪽에는 높다란 바 테이블보다는 귀엽고 포근한 낮은 가구들이 배치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또는 엄마와 아이들이 책을 보고 체험하고 그림책을 그려보는 둥그런 체험 테이블이 자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였다. 출판사와 함께 해볼 수 있는 활동이 있을테니 말이다.
3층 북레스토랑은 깔끔하고 정갈한 식당의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공간의 세미나실과 회의실도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필요에 따라 구획을 나눌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면 어땠을까. 통유리 접이식으로 만들어져서 전층을 활용하는 큰 이벤트를 소화할 수도, 구획을 나누어 차와 다과가 곁들여진 캐주얼한 파티가 가능한 공간으로, 각 공간의 테이블이 따로 또 같이 조합할 수 있는 모듈가구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와 식사도 독서실 회원의 1달 회비에 넣어서 계산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세미나실을 찾는 고객을 위한 인원에 맞춤한 다과 상품이 있으면 어떨까. 이 안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운영하는 인력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하 1층의 일부, 3층의 일부에도 서점이 존재하고 그 경계를 반듯하게 나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1층 빵집과 서점이 이어지는 테이블 공간이 모델이 되었다. 지하 1층 만화카페 앞 혹은 안에 관련 도서의 판매를 겸하고, 3층 레스토랑에서 책과 관련한 메뉴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이달의 책메뉴로 '신경끄고 후루룩 떡국'+<신경끄기의 기술> 20000->17000같은 기획말이다.
공간은 단지 그 모습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미 마련된 좋은 이베트와 기획을 놓쳤을 지도 모른다. 다부지게 작정하고 새로 만들어진 지역 랜드마크인 만큼 그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 이런저런 소설을 써가며 리뷰를 해본 것이다. 그래도 공간을 보자마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간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을 갖추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마련된 공간에서 손님과 직원이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인가를 세심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이상하게 그곳에만 가면 책을 읽고 싶고 책을 사고싶단말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번 방문에서는 구석구석 생기발랄한 운영원칙이나 이벤트를 살펴볼 생각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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