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미지 홍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동영상이 검색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초록색 검색창이 아니라 빨간색 검색창에서 궁금한 것을 직접 시연하거나 말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동영상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는데도 글을 잘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이 밝힌대로 문학적 글쓰기는 어쩌면 타고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하고 그 전후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쓰는 감각은 훈련으로 만들어내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타고났다는 사람들은 그저 직관으로 그 문맥을 만들고 구성을 하여 읽는 이들의 무릎을 탁치게 만들테니까.
실용적 글쓰기라면 훈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이런 글은 쓸수록 형식에 적절한 표현과 소재를 선택하는 능력이 늘어나고 쓰면서 자기 글의 단점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할 때 실용적 글쓰기의 필요성은 항상 넘쳐난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나 보고서, 제안서 등등 직접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기자들과 같은 직업이 아니어도 글을 일목요연하고 또렷하게 적절하게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은 중요하고 그 것이 실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부터도 소논문이나 제안서, 보고서 등에서 글을 좀 더 잘 써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는데 어느정도 다작을 하다보면 다른 이들의 글을 열심히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흉내도 내다가 얼추 나아지는 낌새를 느껴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그러다보면 단어나 문장을 좀 더 고쳐보거나 전체 글의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는 등 실전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블로그의 글을 한숨에 잠깐이라도 적어보려고 했던 시도들이나 브런치 프로젝트를 통해 내 글을 시험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물론 블로그의 글쓰기는 논문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글을 쓸 때, 어떤 계기가 있어서 글을 쓰고 그 계기를 통해 어떤 깨닳음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것들과 견주어 볼 기회가 있었다면 그 내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할만한 꺼리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었고 글을 썼지만 그 감흥과 그 교훈은 자신의 머리속에만 두고 그 결과만 써두었다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이글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어떤 주제에 맞게 곁다리로 빠지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자기 글의 생각을 판단할 수 있는 자세로 구체적인 자료를 적절하게 제시할 것을 비책으로 꼽았다.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이나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경험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 글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할 뿐더러 이런저런 자기 지식 자랑을 위해 필요하지 않는 내용을 끼워넣다보면 논지를 흐리기 때문에 글의 힘이 떨어지며,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글의 주제를 좀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글을 써야 할지말지 고민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글을 위한 자료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생각이 가장 적당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에는 박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때는 적절하고 그럴듯하고 잘 정리된 근거자료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그들에게 공감이나 설득을 위한 하나의 명분이 되고 나아가 그들의 의견을 덧붙이기 좋은 터전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의뢰한 글이 아니라면, 그글을 써야 하는 이유나 목적을 두고 글을 읽는 대상을 정하여 적절한 글감과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순서이며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하나의 줄기를 잡고 주제와 제목을 잡아 적절한 글의 구성을 잡은 후에, 결국 우리가 글 잘쓴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려한 문장을 쓰게 되는 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멋진 단어와 표현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장이 적절한 위치에 왜 나와야 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최선의 글쓰기다. 이것은 하나의 이미지나 영상으로 풀어내는 표현방식과도 연결된다. 어떤 이미지를 어떤 영상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머리속의 구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매커니즘의 지난한 과정을 닮았을테니말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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