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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영화 리뷰

20세기 소녀, 아련한 첫사랑 잠시 꺼내보기

by feelosophy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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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소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광고를 보자마자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김유정 배우 특유의 청초한 모습이 끌렸던 것 같다. 다 보고 난 후의 감상평을 말하자면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스물하나스물다섯>의 보고싶고 기억하고싶은 것만 남겨두기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고, <러브레터>의 청주버전이라고 해도 좋다. 

20여년이 지나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축복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찬란한 시간을 함께 들인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시절에는 아쉬운 점 부족한 점 나빴던 점 투성이었을지는 몰라도 좋은 것, 행복한 것들로만 잘 압축되어 기억될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사람은 괴로운 것은 망각하도록 설계가 되어있어서 나이가 들 수록 예전의 일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고 회상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힘든 시절을 지나온 세대에는 '라떼는 말이야'가 입에 붙는 것일지도.

같은 이유로 예전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마치 유료 필터를 씌운 것 처럼 뽀샤시하고 총천연색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게다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훨씬 강력하다. 오해와 화해 확인과 기다림이라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금 우리는 그 시간이라는 것도 정말 값진 것이기에 누군가의 시간을 들여야만 완성되는 서사를 넘보는 것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20세기 소녀는 그런 이상적인 추억을 잘 맞춰놓고 40-50대 추억을 자극하거나 그 시절을 갓지난 세대들의 감성을 조작하기 위해 기획된것만 같다. 어쩌면 그렇게 우연과 운명이 뒤범벅인채로 결국에는 만나게 되는 첫사랑과 그 와중에 끈끈한 우정을 지켜보겠다는 고군분투는 순수함을 잃은 시대의 전설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지경이다.

아마 실제보다 미화되었을 것이 분명한 첫사랑의 이미지는 비디오에 담겨 세월이 지나 나이 든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비디오, 캠코더, 사진기라는 극적으로 지금 순간을 재현할 수 있는 미디어의 이중성을 전면에 드러내면서도 결국에는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큰 그리움으로 수렴하도록 한다.

사실 이런 클리셰는 여타 청춘물이나 80-90년대 뉴트로 바람을 탄고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많이 접했다. 그래서 꼭 돈주고 극장가서 볼 만큼의 파급력이나 입소문은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저 각자의 마음 속에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각자의 첫사랑의 모습이 딱 그 이상적인 형태로 그려진 한두시간짜리 영상을 재생하는 동안 마음껏 가슴 설레던 그 시절을 상기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이 콘텐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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