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원작인 웹툰 '무빙'을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디즈니플러스가 매주 수요일마다 공개하는 '무빙'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지금까지 15편이 공개되었는데 초반에는 고등학생인 초능력자들의 이야기와 은퇴한 초능력자들의 의문사가 연쇄되면서 능력을 감추고 살아가는 초능력 어른들이 행동을 시작한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매회 그들의 뒷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안기부의 첩보가 어울어지며 한국판 히어로물의 개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 중에 인상적인 부분은 아마도 대다수가 장주원의 서사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불사의 신처럼 신체 훼손에도 빠르게 재생되는 능력은 공포나 두려움을 지우게 한다. 절대적 힘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마치 게임처럼 도전과 실패가 반복되고 끝내 끝판왕을 처리하게 한다. 하늘에서 떨어져도 달리는 차에 치어도 스스로 배를 갈라내어도 쉽게 죽지 않는다. 그런 그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오직 유일하게 사랑하는 딸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
재생능력을 확인하려면 잔인하게 싸우면서 몸이 다치는 장면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래서 자신 능력을 가장 쉽게 쓸수 있는 건달생활에서 맨손으로 건달 패싸움에서 피를 보는 장면이 몇편에 걸쳐 등장한다. 그 끔찍한 장면들을 이겨내고 얻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박한 가정이라니.
특히 13편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떠돌이 생활을 하던 건달이 둥지를 틀고 그의 출근과 퇴근을 맞는 현관의 센서 등과 전투화를 신고 벗는 장면들의 조합이다. 전투화는 장주원이 처음으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전우애의 상징이다. 전투화를 신을 때 마음을 다잡거나 벗을 때 현장에서의 노고를 정리하는 짧은 시간의 의식으로 작용한다.
한편, 센서등은 외로운 괴물을 감싸안는 따뜻한 가족을 의미한다. 그저 간편한 운동화를 신는다면 현관의 센서등은 의미가 없다. 쉽게 신고 벗을 수 있으므로 현관의 불이 없더라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화를 시는 장주원의 움츠려 앉은 뒤에서 센서 등을 손으로 휘져어 밝히는 아내와 딸은 장주원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내의 죽음을 마주하고 정신없이 상주복으로 갈아입는 좁은 공간에서 장주원은 전투화를 제대로 벗지 못하고 쓰러진다. 자기가 지켜야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그녀가 밝히던 센서등이 없는 어두운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졌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르거나 전기를 다루거나 투시하거나 기막힌 오감을 가진것 보다 장주워 캐릭터가 더 마음을 끄는 것은, 상처받아도 스스로를 고쳐낼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이해해주는 다른 존재와의 행복의 의미를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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