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전공인 선생님은 유럽 유학에서 룸메이트 앤드류가 흘리듯 한 이야기에 머리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넌 왜 너희 음악을 공부하지 않고 남의 나라 음악을 공부하는 거니?’


우리는 공기나 물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서 그 고마움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의 음악에 무심한 것 같습니다. 잠시라도 공기가 없거나 열흘만이라도 마실 물이 없다면 살아갈 수조차 없는 우리인데 말입니다. 우리의 음악도 어느날 없어진다면 아마 우리 정서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요즘 청소년 문제(학교폭력이나 청소년 게임법)가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과 <도가니>, <부러진화살>, <뱅뱅클럽>과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관심이 가는 영화입니다.(물론 밝고 행복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앞의 영화들과는 구별됩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두레소리>는 그만의 감동으로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창은 다름이 모여 하나가 되도록 만듭니다. 이는 이미 작년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알게 된 사실이죠. <두레소리>도 합창을 통해 많은 교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실제 국립전통예고 학생들이고 지도 선생님도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함현상 선생님인데요. 영화는 처음에 음악을 악보를 통해 이야기 했던 선생님과 소리를 따라 부르는 것으로 음악을 배웠던 아이들의 불화로 시작하였죠. 하지만 곧 선생님은 아이들의 언어와 음악을 이해해 나가면서 교감하게 됩니다. 정말로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구성진 우리 가락이 절묘하게 섞인 합창을 부를 때의 그 감동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이런 합창을 포함한 음악들이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우리의 음악을 이야기 할 때, 흔히 한(恨)과 흥(興)을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아이들의 고민을 담으면서도 그것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동시에 담는 역할로 기막히게 우리 음악이 작용한 것 같아요. 또 민요를 부를 때, 노래 가삿말에 따라 정서를 한껏 드러내며 부르듯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합창 동아리 ‘두레소리’도 아이들의 정서를 담아 강약을 맞춰 나가는 것이 리듬감이 느껴지게 했답니다.


이야기도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처음에 우연히 시작된 합창반 연습이 결국에는 작은 공연을 이뤄내고 결국 서울시내 학생 동아리들이 겨루는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통해 도전과 열정에 대해 이야기 하죠. 그 과정에서 주인공 아이들의 갈등과 화해가 절정에서 증폭되면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전문 배우들이 아닌 아이들이 이렇게 능청스럽게 연기한 것이 기특했어요.


<두레소리>는 어쩌면 단순한 청소년 성장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우리의 가락을 통해 우리 정서를 대입시키고 입시라는 험악한 상황에서 열정으로 꿈을 이루어 낸다는 드라마를 되풀이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어쩌면 미국의 <하이스쿨 뮤지컬>이나 드라마<드림하이>과 같이 멋진 음악과 무대의 화려함으로 머릿속에 잔상을 오래 남기려는 영화쯤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요소요소들을 모아놓고 보니 아주 색다르면서도 가슴 시원한 우리 이야기가 만들어져버렸습니다. 일부러 카메라를 흔들거리며 찍고, 어색한 연기를 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이지만 진짜 우리의 언어를 말하고, 정말 듣기 좋은 우리 음악으로 시시때때로 열정을 다한 진짜 경험을 들려주는 이런 영화를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네요.


4월에 개봉을 앞두고 시네마 뮤직토크라는 형식을 빌어 공연장에서 상연과 토크를 이어보았습니다. 주인공들과 영화사대표 그리고 감독까지 대면할 수 있는 자리에서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우리의 문화와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번 느꼈구요.
 

바닥소리의 영화 응원노래/ 슬기양의 '오나라'/ 아름양의 '태평가'


가슴벅찬 마음에 질문 하나 한 것에 OST CD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금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가 참으로 좋습니다. 꽹과리나 대금 그리고 구성진 가락으로 불러 넘기는 음악들을 더 가까이 하고 싶네요.




개봉하면 꼭 한번 더 <두레소리>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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