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가 마무리될 즈음,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중고장터 소식을 알림장으로 보내왔다. 안쓰는 물건 5개 이하로 가격을 매겨서 가지고 오되 마땅한 물건이 없다면 가지고 오지 않아도 좋다고 하셨다. 구매를 위해서 2천원 정도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한 물건의 가격은 500원을 넘지 않게 가격을 매기라고 하셨다. 아이는 딱히 팔고싶은 것이 없다고 하였고 구매할 수 있는 용돈 2000원을 들려서 보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아파트 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거기에서 아이는 작은 인형을 300원에 샀다. 아이보다 서너살 많은 언니가 판매하였는데 작은 인형이 옷도 있고 머리도 빗어줄 수 있는 제법 정교한 인형이었다. 그러고보니, 아이는 직접 자기 물건을 판매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필요없는 물건을 골라내고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직접 경제활동을 통해 나에게 가치를 잃은 물건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찾고 그 결과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사실은 경제활동의 큰 동기가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직접 돈을 벌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만큼 돈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기로 하였다.
아이가 자기에게 주어진 돈을 일정 기간 소비를 조절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하도록 하고 싶었다.
오며가며 알게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면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사먹는 경우가 있다. 그 때 다른 친구가 사주었다면 아이도 사줄 수 있도록 얼마간의 용돈을 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현금을 가지고 다니면 분실 위험도 있어서 엄마 아빠가 구매알람을 통해 금액과 사용처를 파악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한달 용돈을 얼마를 주면 좋을 지 고민이 되었다.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금액을 보면 한두개 사도 2-3000원은 든다. 그래서 매주 5000원, 매달 2만원을 주는 것으로 정하였다. 용돈은 한번에 주지 않고 매주 5000원씩 자동이체해 주기로 하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쿠로미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를 만들어주었다. 아이 용돈을 주는 통장을 별도로 만들어서 연계 체크카드를 준 것이다. 아이에게는 어른들이 주신 용돈을 모아두는 아이 명의의 통장이 따로 두고 용돈 통장을 별도로 만들었다.(이 통장은 신한은행에서 아이 아빠의 명의로 만들었다. 아이 통장을 개설하려면 따로 은행을 방문하면 된다.) 매주 초 5000원씩 자동 이체를 해두었고 아이가 사용한 내역은 시간과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며칠이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일주일 간 학원이 끝난 후 놀이터에서 놀고 오는 일이 많았는데 올 때 마다 과자며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다. 용돈은 한정적이므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먹을 것을 사주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 더 계속되다보니 이상했다. 아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이의 체크카드 잔액과 사용내역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알고보니, 아이는 거의 매일 2-3000원 정도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고 있었다. 용돈을 넘었는데도 결제가 된것은 체크카드가 잔액이 넘을 경우, 소액 신용 결제가 가능한 카드였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였다. 아이 아빠는 신용 거래 기능을 정지 시키고 그간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았다. 자기 용돈을 쓴 것을 넘어서 2만원을 초과한 것이다. 열흘도 되지 않아 3만원 돈을 먹는데만 사용한 것이다.
아이는 자기 눈에 보이는 현물 돈이 없고 카드로 결제하면서 잔액이 얼마인지를 모르고 결제를 했다. 그저 결제마다 승인이 나서 사먹었을 뿐이었다.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아이가 카드를 사용하여 결제하도록 하고 매주 용돈에서 얼마의 잔액이 남았는가를 확인하도록 하는 과정이 생략되어 벌어진 일이다. 첫 용돈의 구매만 함께 따라가서 결제하는 것에 간섭하지 않고 결제하는 것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간단히 말로만 아이에게 아껴서 사용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런데 신용거래가 가능해져버리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되었다.
아이는 동네 친구들에게 대장이라도 된 것 마냥 흥청망청 카드로 인심을 썼다. 그 중에 한 두 학년 위인 아이도 있었는데 마냥 얻어먹기만 하지는 않았을텐데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가 돈으로 환심을 사서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건 아닌지, 다른 아이들이 아이를 이용해서 간식을 얻어먹으려고 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이건 경제 개념을 위한 아이 용돈 교육 뿐만 아니라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문제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비슷한 내용의 학폭사례도 있다. 남편과 나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단순히 아이들이 선심쓰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을 뿐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일방적으로 먹을 것을 사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일러주었다. 일방적으로 사주기만 하는 것은 친구가 아니고 자꾸 요구할 때는 어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또 다른 친구가 사주었을 경우에는 고마움 표시를 하고 다음에는 비슷한 금액으로 사주는 식으로 하라고 일렀다.
결국 아이 아빠와 나는 아이에게 좀 더 용돈 교육을 시키고 카드 사용을 하도록 하기로 하였다. 다시 카드를 돌려 받고 아이는 당분간 용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미 한달 용돈을 금새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의 소중함과 미래가치를 위해 지금 사용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인내심,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보다 현명한 소비를 통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참고할만한 책을 읽었다. <게임 현질하는 아이 삼성 주식 사는 아이>다.
책은 교육에 열정적인 우리나라 부모들이 유독 경제교육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경제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도 초등학생 아이들을 기르는 엄마로 경제지식과 태도를 기르기 위한 실천을 많이 해온터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으로 책을 엮었다는 점이 신뢰가 갔다.
교사로서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사례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이의 경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 아이의 경제 교육을 위한 부모의 가계 운영과 금융지식으로 확장된 부분은 이 책이 단순히 아이들의 경제 교육을 위한 것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용돈을 주는 방식과 용돈을 확장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경제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심부름, 바자회 등의 활동), 응용을 통해 증권 등의 투자(아이 명의 통장을 개설할 때 증권 계좌도 함께 만들어 주식 구입 등의 경험을 만들어 보는 것)를 하도록 시도해보도록 하는 것, 증여세 혜택(만 20세 전 10년 주기로 9000만원까지 비과세 증여 가능) 등의 종자돈 마련에 대한 장기적 플랜에 관한 것까지 생가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책 <게임 현질하는 아이 삼성 주식 사는 아이> 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우리아이 경제교육을 위한 부모의 마음가짐
2장. 용돈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경제교육
3장. 용돈 저축과 관리르 통한 금융 경험 쌓기
스마트폰도 자기 관심과 자율성이 기반이 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처럼 아이가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면 돈의 가치를 합리적이고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다. 용돈교육은 부모의 양육과정에서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부모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차근차근 교육시켜야 한다. 무절제한 소비와 사행성의 문제를 인식하고 불법, 사기와 같은 사회문제도 이해하여 그 덫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면 사용하는 유형이 돈에 대한 의지와 주변인과의 관계에 따라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p.51)
1. 돈에 의지와 주변인과의 관계가 큰 경우 : 저축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베풀 줄 안다.
2. 돈에 대한 의지가 크지만 주변인과의 관계는 작은 경우 : 저축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3. 돈에 대한 의지와 주변인과의 관계도 적은 경우 : 용돈은 모두 사용하고 자신만을 위한 것을 산다.
4. 돈에 대한 의지는 적고 주변인과의 관계가 큰 경우 : 용돈을 모두 쓰는데 주변 친구들에게 전부 베푼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4번 유형에 속했다. 돈에 대한 의지가 없고 주변 관계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돈의 가치를 알고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돈 교육이 필요하다. 또 아이가 돈이나 물건으로 환심을 사지 않아도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존감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18년 자료를 기준으로 하여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동 용돈 지급 여부는 6-8세에는 77%가 용돈을 주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이후 9-11세 정도부터 50%정도 되었다가 12-17세가 되면 83%가량 용돈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용돈 평균 용돈은 다음과 같다. 6세에서 17세 아이들 용돈 평균은 대략 45000원 정도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2만1천원 정도, 고학년은 2만6천원으로 나타났다.
용돈을 주는 주기는 초등학교 1,2학년은 일주일마다 주는 것이 좋고, 3학년 이후에는 2주 혹은 매달 주는 것이 돈의 관리 능력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하였다.
우리 아이도 매달 2만원 정도를 매주 5천원으로 나누어 주므로 대략 용돈 금액이나 주기는 적절하다.
용돈 기입장, 현금 흐름표 작성
우리 부부가 가장 간과한 것이 아이의 용돈 기입장의 작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계획이나 기록이 익숙한 나조차도 번번히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기 사용 내역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작성하는 것만큼 지도하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았다. 게다가 체크카드로 사용 일시와 내역을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 스스로 자기의 용돈이 얼마나 있고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용돈 기입장을 작성하면 남은 용돈에 비추어 오늘 소비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인가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경우, 그것을 사기 위한 금액을 모으기 위한 계획도 세울 수 있게 한다.
책에서는 수입과 지출로 구분하되 지출에서 꼭필요해서 산 것과 충동적으로 산 것을 구분해서 기입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기록이 모이면 그 속에서 1) 불필요한 지출을 반성하게도 되고 2) 가족과 주변을 위해 사용한 금액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3) 사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용돈 이외의 부가 수입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의 경제 지식을 키우고 그 경험을 통해 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경제 활동의 결과로 나혼자만의 이익과 부유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 더불어 살고 있고 돈도 그 관계 속에서 흐른다. 나의 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을 위해서 더 가치있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지금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부모가, 우리 스스로가 그런 교육을 받지 않고 자라서 개인주의적이고 나아가 이기적인 경제지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하였다.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할 일은
아이가 용돈을 요목조목 야무지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갖도록 도울 것이며,
그 결과 돈의 쓰임이 스스로, 주변을 위해 나아가 용돈 이외의 자기 목적을 위한 다양한 도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해볼 생각이다.
다음 물물교환 시간에는 아이의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작은 금액이라도 주변을 위해 기부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볼 것이다. 아이가 작은 심부름을 통해 용돈 이외의 돈을 모을 수 있는 궁리를 하도록 도울 것이며, 스스로 모아서 만들어 낸 성과를 마음을 다해 축하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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