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했던 바람은 똑똑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고 부모말을 잘 듣는 상냥하고 밝은 아이로 크면 좋겠다는 기대로 부풀려지고 말았다.
혹시나 친구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지는 않는 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공부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예의바르지 않게 행동해서 주변의 미움을 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일이 많아진다.
아이의 감정이 미묘해지고 복잡해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순간이며, 나에게는 그만큼의 대비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함이라 쓰고 나를 위한 애니라고 읽고자 한다.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조금 커서 좋은 것은 엄마의 최애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포스러움이 묻은 <해리포터>시리즈 영화는 3편까지 정도 보다가 뒤편들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고, <이웃집 토토로>, <스즈메의 문단속>, <인사이드 아웃>, <몬스터 주식회사>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았다.
물론 내용을 모두 이해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영화 한편을 한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을만큼의 참을성이 생겼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중 최근에 본 것은 <인사이드 아웃2>다. 1작품을 집에서 VOD로 보고 영화관에서 온가족이 함께 보았다.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를 맞게 된 이야기를 다룬다. 12살 사춘기라는 말은 예전말이되고 이제는 4,5학년만 되어도 사춘기라고 한다. 만 나이 10살 정도면 사춘기라니.
벌써 아이는 제 또래나 동네 언니들과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하고 자기또래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유행하는 춤을 연습한다. 엄마와 아빠와 노는 것보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점점 부모와 떨어져서 또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친구들과 다투거나 서운한 점이 있을 때 우울한 모습을 가끔 보이기도 한다. 그 때마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지만 아이가 상처받지는 않을지, 혹시나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미움을 사지는 않을 지 걱정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도 있다.
<인사이드 아웃2>는 그런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도 있을거라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다. 1편에 등장한 기쁨, 버럭, 까칠, 소심, 슬픔이의 공간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한층 복잡해진 사춘기 소녀의 감정 선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아이와 함께 자기 감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역시 주인공은 기쁨이기는 하지만 영화 중반을 주도하는 불안이와의 대립은 사춘기를 지나온 나의 지난 모습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딸아이는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편이지만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가끔은 그것을 까칠함으로 가리기도 한다. 게다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불안이 커서 옥신각신 한 적도 많다. 기쁘고 행복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실패가 아님에도 소심하고 까칠해진 아이와 갈등하고 급기야 버럭하다가 슬픔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어린 딸에게도 겪어내야 할 단계들이 있다. 최근에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국기원 승품심사를 가게 되었던 것이 큰 경험이었다. 지역 태권도 학원들이 총집합 한것과 같은 큰 규모의 심사장이었는데 아이는 아침부터 긴장해서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할정도였다. 불안은 아이를 굳게 만들고 평상시의 모습을 잃게 만든다. 유난히 긴장을 많이하고 불안감이 큰 아이라서 조금은 걱정하기도 했지만 아이는 잘 이겨내고 1품 심사에 합격하였다.
불안은 아이의 평상시 모습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긴장하게 만들고 오히려 작은 실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심적 긴장감은 넘어야할 벽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해보지 않은 경험앞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불안은 당면한 장애물을 잘 넘어내기 위한 에너지 집중 모드이며 그것을 위해 다른 에너지는 절약모드가 될 수 있음이다. 이 불안감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토대로 벽을 잘 이겨내는 경험이 중요하다. 잘하기 위한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아이는 검정색 빨간색으로 된 품띠를 받는 심사를 계기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불안이 기쁨이를 흔들어 두었짐나 1편에서 기쁨이를 흔들었던 것은 슬픔이었다. 슬픔이 혼자만의 시간에서 자책하고 힘겨워하는 모습은 사실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감정은 아니다. 그래서 기쁨은 애써 슬픔의 감정을 지우려 했다. 그렇지만 슬픔은 기쁨의 다른 한 편에서 기쁨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임을 알게 해주었다. 슬픔이 없다면 기쁨이 존재하겠는가. 아이가 느끼는 슬픔은 그것이 직접적인 작은 경험이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상대가 되는 기쁨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불안이 행복과 완벽함을 위한 과도한 각성 상태가 아닐까 한다. 아이에게도 영화를 보고 난 뒤, 불안이라는 감정이 일을 그르치는 것 같지만 그것때문에 더 일에 집중할 수 있기도 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누구나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잘 이겨낼 수 있다면 그 긴장감과 집중력이 오히려 성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너무 불안에 사로잡혀서 그 기분에 이끌려 스스로를 내려놓지 않았으면 좋겠따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당황이가 슬픔이를 돕는 것은 당황을 통해 슬픔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따분이 캐릭터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이건 어른의 마인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미 닳고 닳아서 주변에 관심이 없고 큰 감정기복이 없지만 자기 역할은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일명 츤데레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없고 자기 일만 하는 사람들 중 자기 역할까지 충실히 잘 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같다.
어쨌거나 아이 속에 있을 따분이라는 감정을 생각하면 사춘기 아이들의 '관심없어', '신경꺼'라는 말은 불완전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방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다가올 아이의 사춘기의 따분이를 잘 대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인사이드 아웃1>, <인사이드 아웃2> 영화는 나의 감정이 어떻게 생긴 것들인지 묻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영화다. 트라우마가 되었다거나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서의 감정들이 미묘하게 섞여서 나의 지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이렇게 시각적으로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막연히 나의 지금의 감정에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혹시나 잊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게다가 부모라면 나의 지나온 감정들을 기억하고 그 기억속에서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되새기거나 바롭잡고 싶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들을 지금 부모로서의 감정으로 키워내고 또다시 아이에게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라면 아이 스스로 나의 감정이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감정은 어떤 것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을 이겨내서 다른 감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감정을 부모나 친구에게 전달하고 오해나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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