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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기획

한양대 세월호 추모행사 '늘 봄이기를'

by feelosophy 201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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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세월호 추모행사 '늘 봄이기를'

 

어제까지 그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 비가 그쳤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세월호로 많은 이들을 허망하게 잃은 지 1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로하고 하늘에서 행복하기를 축복하며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아침점심저녁 방송을 진행하는데 오늘은 점심방송을 줄였습니다. 학생들이 빈번히 다니는 학생회관 앞에 자그마한 무대를 마련하고 공연, 시낭송 등의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난 후 안산엔 다시 꽃피는 봄이 왔지만, 피어보기도 전에 하늘로 간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슬픔이 함께합니다. 수학 여행길에 희생된 아이들이 많았던 탓에 세월호 추모에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일이 많았던 지난 열 두 달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학교가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 의견을 내놓은 문화콘텐츠학과 해수 학생의 생각은 그저 아직도 고통받는 희생자 가족을 위한 모금활동을 위한 뱃지판매 행사 정도로 소박한 것이었지만, 점점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나더니 어느덧 한양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시인의 자격으로 가슴먹먹한 시를 읊고, 그날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무대 뒤편에는 모금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노란 리본 뱃지와 잊지 않겠다는 배가 그려진 버튼을 최소금액 이상의 원하는 금액을 내고 구매하도록 하였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도 함께 비치되어 일정 금액 이상으로 모금을 하는 분들에게 함께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저자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지음
출판사
창비 | 2015-01-1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시간은 흘러가다가도 다시 그날로 붙들려간다학생들은 3박 4일의 ...
가격비교

 

 

 

 

또 모금행사가 열리는 테이블 뒤편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리본, 포스트잇 메시지가 모이고 있었습니다. 나즈막히 걸린 줄에 지난해 분향소에서 만났던 그 수많은 노란 리본이 이렇게 줄에 하나둘 걸리면서 마음을 담은 메시지가 점점 모이고 있었습니다.  

 

 

 

커다랗게 그려진 세월호의 노란 리본에 노란 포스트잇으로 채워넣으면서 그 안에는 안타까움,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축복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점심시간을 맞은 학생들이 담담한 발걺음으로 한글자한글자 마음을 담아 글씨를 적고 정성스럽게 종이를 붙이고 리본을 묶었습니다.

 

 

 

'편히 쉬길', '햄내세요 모두', 잊지 않겠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다 햇빛이 바다까지 적시기를'

 

 

 

어쩔 도리가 없이 하늘로 가야했던 이들이 아니기에,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여러 원인을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저 선동을 위한 것이고 아이들을 파는 것이라 욕하는 이들은 대체 어떤 세계에 있는 것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고운기 교수님이 조용히 작은 단상에 올랐습니다. 침착한 말투로 지금의 우리 시대를 이야기 하셨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원망이나 통곡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화사한 봄의 벚꽃을 보며 벗들을 불러보고싶은 간절함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벚꽃 세상속으로 벗들을 부른다> 고운기

 

 

벚꽃이 피었다네, 벗들이여...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떠났던
지상의 그 꽃이 어김없이 다시 왔다네
속절없지
벗들 떠나간 자리에 벚꽃은 다시 피어오르는데
한번 간 그대들은 어찌 소식 없는가

이승에서 저승 가는 길은 있어도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는 길은 없다고 하네
벗들이여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믿지 않네
하늘님은 분명 저승에서 이승 오는 길도 만들어 주었었지
길을 막는 야차가 날뛰는 이승의 문을
우리는 아직 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네

벗들이여, 아마도 그대들은 오고 싶지 않겠지
책임도 의무도 눈물도
손톱만큼 생각하지 않는 이승을 보고 싶지 않겠지
어머니의 무너진 가슴 아버지의 쳐진 어깨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겠지

나는 안다네, 벗들은 그대들에게 주어진 하늘 한 자락에서
구름을 벗 삼아 뭉게뭉게 평안하리라는 것을
용서하시게, 벗들이여
우리가 아무리 불러도 깨지 않는 양심과 싸우는 동안
이승은 메마른 강물처럼 흐르지 않고 있네

그래도 더러 새벽의 이슬로 오시게
우리 머리 위에 어깨 위에 물방울 고이거든
벗들의 아심찮은 눈망울로 여기겠네
더러 서늘한 골짜기의 바람으로 오시게
바람이 우리 볼을 스치고 옷깃을 날리거든
벗들의 튼실해진 손바닥으로 여기겠네

벚꽃이 피었다네, 벗들이여
우리는 꽃잎 앞에 서서 그대들의 얼굴 하나하나 기억하고
이름 하나하나 불러보네
오늘은 드디어 가슴 속 들어찬 저 어둠을 몰아내고
환한 방 하나 만들어 벗들이 잠시 이승에 올 자리를 마련하네
날리는 벚꽃 꽃잎 하나씩 벗들의 가슴에 붙일 터이니
와서 놀다 가시게
와서 쉬었다 가시게

 

뒤이어 문화콘텐츠 학과 학생에 의해 김용범 시인의 '아이들은 새가 되었을 것이다'가 낭송되었고, 시의 문구에 등장하는 'Don't Worry, Be Happy'의 의미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부터 나부끼던 현수막에는 단원고 김웅기군이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과연 나의 마지막에 저런 말을 남길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이야기고 기적이었던, 그래서 그 기적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간 것에 대한 속 아린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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