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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넷 머레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by feelosophy 2016.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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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넷 머레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 기존 소설(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서사학에 뿌리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스토리)과 형식(플롯)으로 이루어진 서사는 개연성이나 핍진성에 의해 독자로 하여금 문장 사이의 공간을 메우도록 합니다. 이는 영상 편집의 영화에서의 서사학으로 옮겨와 많은 연구가 있었고 이제는 다시 뉴미디어를 통한 여러가지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죠.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 같지만, 연구자에 따라 이야기를 이루는 모티프는 210여 가지(이인화) 정도이고, 욕망이나 성취 혹은 상실의 인간 삶의 패턴을 다룬 플롯은 69가지(루드야프 키플링) 혹은 12가지(보르헤스)로 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것처럼 위장한 수많은 표절(?)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자넷 머레이의 책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한용환, 변지연 공역, 안그라픽스, 2001)은 뉴미디어에서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 합니다. 비록 지금으로부터 십년도 더 된 사례들, 그것 조차도 우리나라의 예가 아니어서 가슴에 확 와닿는 것들이 아닐지라도 이미 우리 곁에는 웹드라마, 게임, VR 등 전혀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1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매체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매체를 소개하면서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홀로그램 '홀로데크'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화씨 451도>의 '텔레바이저'라든지 이러한 미래 기술에 의한 암울한 세계인 디스토피아를 보여준 여러 텍스트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다중형식 스토리(the multiform story)는 하나의 상황이나 줄거리를 일상 경험 속에서 서로 배치되는 여러가지 변형으로 보여주는 서사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요즘은 새로울 것은 없지요. 무한한 망(web)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서 작가의 역량이 어떤 것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작가 뿐만 아니라 관객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인터랙티브, 즉 상호작용이라는 말에 맞게 관객 혹은 독자, 플레이어는 게임이나 웹 콘텐츠가 아닌 드라마에서 조차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스토리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자넷 머레이는 "뉴미디어의 언어"나 "재매개"와 같이 뉴미디어 연구에서의 미디어 연속성에 궤를 같이 합니다. 즉 초기 단계의 매체들은 그 자체의 고유한 표현 방법을 새롭게 개발하기 보다 이전의 기술에서 추출된 체제에 일단 의존한다는 것이죠. 뉴미디어는 기존 출판, 영상 미디어의 특성을 재매개하면서 사이버 세계 자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서사적 즐거움을 확대시켜 나가야 할것입니다. 그것은 디지털 환경이 가진 고유한 자산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죠. 

 

 주장한대로, 디지털 환경의 고유한 자산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디지털 환경은 과정추론적, 참여적, 공간적, 백과사전적이라는 것입니다. 컴퓨터의 명확한 정의 능력, 기계가 창조한 명료함이 경험과정으로 초점이 바뀌도록 하는 것, 인터랙터들로 하여금 가상공간에서 플롯의 활동을 구체화 시켜내는 것, 단일 플롯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확장 가능성 등이 이러한 네가지 자산들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부 매체의 미학

 

 매체는 나름의 표현 욕구를 가지며 고유한 미학을 가집니다. 그 고유한 미학은 바로 몰입, 에이전시, 변형입니다.

 

 환상적 경험은 모험과 같고, 이러한 경험은 '몰입'을 통해 경험됩니다. 저자는 참여적인 매체에 있어서 몰입은 어떻게든 몰입을 위한 '방법'을 요구하며, 이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몰입은 힘들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참여적 활동으로 몰입을 즐기는 '방법'으로 7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환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 둘째는 경계 발견하기, 셋째 방문하기로서의 구조적 참여, 넷째 믿음의 적극적인 창조, 다섯째 가면을 이용한 구조적 참여, 여섯째 집단적 역할참여의 구조화, 마지막으로 자극의 조절 입닏.

 

 몰입의 단계를 지나면, '에이전시'라는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에이전시는 참여자가 의미있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고, 자신이 내린 결정과 결과를 직접 확인하게 해주는 만족스러운 능력입니다. 이 에이전시 경험은 항해라고 표현된 사이버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얻게 되는데, 항해는 해결가능한 미로와 복잡하게 엉켜있는 황홀한 리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세번째 미학은 '변형'에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저자는 가변저거 환경을 조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6가지 사례를 들고 있기도 합니다. 만화경적 서사, 모핑 스토리환경, 변형의 경험으로서의 연기, 결말의 거부, 디지털 서사에서의 비극, 다중 위치적 관점이 그 것입니다.

 

 3부 과정추론적 저술

 

문학적 기법과 컴퓨터적 글쓰기 기법의 통합문제를 다루며 과정 중심적 매체를 위한 글쓰기 방법, 과정 추론적 저술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제시하는 방법 등을 탐색합니다.

 

 컴퓨터에 적합한 스토리텔링의 포뮬라적 특성은 온갖 종류의 이야기 패턴을 모델링하고 재생산 하는데 유용합니다. 이 때, 작가는 행위의 자유와 전자적 참여 행위를 즐길 수 있는 에이전시 감각을 인터랙터에게 제공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통제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자넨 머레이는 이러한 작가의 특성을 구술적 음유시인과 비유합니다. 저술이 하나의 고정된 문제 텍스트에 '새기는'행위로서가 아니라, 다중형태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표현양식을 창안하고 재배열하는 행위로 생각할 때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프로그램 기능을 발전시키려면, 이야기꾼들은 풍부한 표현혁을 가진 프리미티브(복잡한 계산 기능같은 좀더 큰 작업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간단한 산술기술 같은 최소 성분)와 인터랙터 마음대로 내용을 입력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컴퓨터로 적절하면서도 극적인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 내의 모든 성분을 분석하고 체스의 달인처럼 정확하고 신중하게 허구적 세계를 조절하는 스토리 조정 장치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플롯을 이루는 원칙등을 세세하게 구체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의 세부 사항들, 즉 모든 대체 성분들(캐릭터의 패턴, 위험, 보상, 공간, 여행 경험 등)과 각 사례들이 변화하는 모든 경로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합니다.

 

 이후 채터봇인 엘리자, 패리등의 캐릭터의 예와 대사에서 행위로 옮겨간 강아지, 새우 캐릭터의 사례를 들어 보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도 패턴화된 대화에서 일관된 몸짓으로 캐릭터가 서사 안에서 살아 숨쉬도록 만드는 예시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4부 새로운 아름다움, 새로운 진리

 

 십여년 전의 책에서는 가까운 미래의 디지털 서사 예술과 오락물에서 두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을 찾아 볼수 있을거라 예상합니다. 그 것이 맞는 지 지금의 것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죠. 우선 첫번째 요인은 하이퍼텍스트와 과정추론적 사고 및 가상 현실에 익숙한 민첩하고 독립적인 참여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엄청난 자원과 대중적 기반을 가진 거대한 오락 산업입니다. 이렇게 두고 보면, SNS를 기반으로 다양한 의견을 뿜어 내는 관객들은 다양한 멀티미디어에 민첩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러한 가상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오락 산업은 엄청난 기술적 표현력으로 기존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죠.

 

 지금 뉴미디어라고 통합하여 불리는 다양한 미디어들은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상호작용에서 오는 특성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디지털의 고유 특성이 미디어에 영향을 끼치는 지점 등이 그것이겠죠.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것들은 기존처럼 하나의 거대 미디어로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로 서로 네트워크, 모듈화를 통해 멀티미디어라든지 새로운 미디어라든지의 대명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화기회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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