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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책방

[책] 그림책 '눈', 지금 여기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야!

by feelosophy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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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위 논문이 VR 가상현실이다보니 공간미디어, 사용자 주도적 스토리텔링 등에 관한 관심이 많다. VR은 사용자가 보고 싶은 것, 상호작용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반응하므로 스토리텔링이 저마다 다른 양상을 갖는다. 흡사 게임과 같은데, 이 것이 가상의 공간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다보니 내 시야 안과 바깥을 결정하는 것도 사용자라는 것이 다르며, 보고 듣는것외에 촉감 등의 다감각 신호에 의해 정서를 일으키기도 하고 몰입을 이끌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가상현실과 비교할 때, 관련성이 가장 적은 것 같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작가에 의해 선형적으로 정해져 있고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야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간의 스토리 체험의 차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보고 하게 되었다. 

모두가 주인공인 다섯친구의 이야기를 나열하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되풀이하게 된다. 이것은 VR에서 사용자가 누군가에 따라 충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과 같이 다섯의 주인공인 노랑토끼, 달, 눈, 당근과 하얀토끼들도 자기 관점의 이야기를 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을 경험하게 한다. 이 지점은 다 커서 어른이 되어보니 무척이나 중요한 공감능력인데 그림책으로 내 아이에게 읽히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큰 교훈이 전달될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노랑토끼이기도 하고 달님이기도 하고 당근이나 눈, 다수의 입장인 하얀 토끼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고, 눈은 소복히 조용히 내리고, 달은 햇님처럼 드러내지는 않아도 충분히 영향력이 있음을 깨달았으며 토끼들의 눈이 빨갛게 되었다는 증거를 내놓으면서 이야기의 본질, 누구나 주인공이라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그간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나 애니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과감한 색감으로 펼쳐진 한겨울밤의 산골짜기의 공간과 그 속에서 당연한 현상을 새로운 관점과 섞어서 자존감을 형성해내는 짧고 굵은 이야기 구성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만나 빌려보았지만, 

아이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사놓아야 할 그림책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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