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카페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십년 넘게 카페를 운영했던 찐 경험을 토대로 한 카페의 생존을 넘어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와 공간,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로 작은 공간을 운영하며 카페 기능을 더하였던 시절이 생각났다. 바리스타 자격도 없고 원두에 대한 이해도, 그렇다고 디저트류나 사이드 메뉴에 대한 전문성도 없이 카페 기능을 더한 것이라 지금 생각하면 참 부실하기만 한 카페였다고 볼 수 있다. 전시, 워크숍, 프리마켓, 북토크, 팬미팅 등의 공간적 기능에 프라이빗 파티 공간 대여 등으로 문화적 기능을 담는 공간으로 운영하다보니 상시 운영되는 카페의 기능은 연속성을 갖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원두값, 다른 재료비용에 전기세, 마케팅 비용 등을 따져보면 간헐적이고 예상하기 어려운 수익 구조는 운영 난이도를 높였었다.
브랜딩 관점에서 공간을 중심에 두고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서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였고,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공간의 본질을 고민하며 오랜 기간 카페를 운영해온 작가에게 경외심마져 들었다.
서점이나 공방, 카페와 같은 작은 가게 운영에 관한 세미나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공간 운영의 목표와 철학, 운영 주기와 기획에 대한 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공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이 마련되어야 하므로 그 방법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수강생들의 아이템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었었다.
이 책에서도 '카페나 할까'라는 감상에 젖은 막연한 무른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카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단지 커피맛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각종 요금과 세금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1. 필요조건은 우선 생존 가능 여부 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 책에서 규모, 수익전환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단히 매출대비 순수익의 비율을 소개하였다. 매출을 100으로 하였을 때, 임대료 10%, 인건비 30%, 재료비 30%, 세금 10%, 기타 5%로 잡으며 이들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대략 15%정도로 보는 것이다. 만약 1인 가게라면 인건비 30%까지 포함하여 총 45%의 수익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대 수익이 있다면 이 비율대로 하자면 역산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상권의 특성, 매장의 크기 대비 임대료, 메뉴 구성과 가격 정책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지므로 임대료 대비 인건비와 세금 및 기타 비용과 재료비와 가격 설정에서 가능 매출액을 고려해보며 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공간 운영의 원칙이 정해져야 한다. 크게는 문을 열고 닫는 시간과 쉬는 날, 메뉴의 준비와 서비스 방식, 주문 받는 방식과 컴플레인 대응에 관한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일관된 공간 운영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러한 공간 운영 철학의 공유와 운영 개선을 위해 직원들과의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갖었다는 점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혼자 망상적으로 내뱉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주 말하던 우리 공간의 목표와 목적에 대해 공감했던 한 크루는 '그건 비로소답지 않아요'라고 했다. 비로소는 우리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인 우리 회사의 이름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우리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내 머리속 이미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그려져있는지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2. 기능보다는 감성을 충족하는 브랜드 공간
작가가 운영해온 이미라는 카페는 기본적으로 커피와 디저트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전문성을 키워온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곳인만큼 일반 카페들과 견주어도 커피나 디저트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곳은 찾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원두의 특성을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게 해서 커피를 카페인 충전을 통한 교감신경 자극의 기능을 떠나 내가 상상하는 커피를 기대하는 행위를 추억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디저트는 페어링이라는 네이밍을 더하여 묻고 따지지도 않고 주문한 커피에 딸려 나가는 시스템을 제안하였다. 공간 내 규칙을 정하고 그것에 동조하게 하는 것은 그곳을 찾는 이들로하여금 묘한 소속감을 가지게 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한 지식이 다른 곳이 아닌 이곳을 찾게 만드는 충성심을 이끌어 낸다고 본다.
이 장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브랜드의 특성으로 비효율이라는 특성을 잡아낸 것이다. 집요하리만큼 원칙을 지켜내는 장인들의 바지런함은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게 하면서 경외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지점이 다른 사람들에게 수고로움으로 대접받는 호사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일테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비일상성이 곧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에 적극 찬성한다. 덧붙여보자면, 나는 이 오프라인 공간에 딸려오는 온라인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바이럴이 아닌 직접 콘텐츠로 소통하는 채널의 운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오피셜 채널은 그 공간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아카이빙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한 랜선 고객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다녀간 이들일 수 있고 오프라인 공간을 꼭 한번 들러야 하는 소명을 갖게 되는 이들일 수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찾아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관계가 모이는 공간이기에 오프라인이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도록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브랜드는 누구 한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창업자나 처음 고안한 사람에 의해 그 스토리, 영감, 분위기나 이미지를 주변에 공유할수는 있지만 결국 그 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또 공유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브랜드는 그래서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쇠퇴하거나 다르게 변모할 수도 있다. 브랜드가 있다면 에너지를 갖게 되는 것과도 같은 의미다. 새로운 시도에도 큰 가속을 실어줄 수도 있고 큰 위기에도 꿋꿋하게 굴러갈 수 있는 관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그 과정이 힘이 들어도 이 스스로 생존해 나가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관점에서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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