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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잘 봐 놓고 딴소리, 미디어 읽는 방법에 대하여

by feelosophy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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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자니 엄마가 떠올랐다. 저녁밥을 먹고 한창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엄마는 뒷북으로 엉뚱한 이야기를 할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신경 쓸 데가 많아서 몇 개 씬을 놓친 탓일 때도 있고 간혹 실제 배우와 드라마의 캐릭터를 혼동해서 스토리를 엉뚱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 

책을 읽고 쓰는 능력과 같이 홍수와 같이 다양한 콘텐츠가 밀려드는 요즘에는 다양한 미디어의 콘텐츠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알파세대라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알려주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척척 쓸줄 아는데, 한편에서는 가게 앞 키오스크 주문에도 쩔쩔매는 격세지감의 디지털 디바이스의 시대에 살고보니 미디어리터러시에 관한 것에도 신경을 쓰고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나의 딸만 보아도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수업을 듣고와서는 관련 복습을 태블릿 PC로 하고 있는데, 성우의 '이 이야기에서 철수는 어떤 심정이 들었을까요?'라고 묻고 아이는 적절한 답을 고민해서 펜슬로 체크를 하고 다음문제로 넘어간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한글도 한글 어플로 떼었지 않았는가. 

유투브 채널을 구독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끝도 없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분절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행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영상에 관한 느낌이나 의견을 댓글로 남길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시간을 소비하고 그 콘텐츠와 비슷한 여러 채널을 순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디어 이용 행태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유행에서도 올해는 <더글로리>, <국민사형투표>, <비질란테> 처럼 사적 제제, 복수에 관한 드라마가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에게 갑질한 학부모들에 관한 폭로를 게시한 SNS채널도 한참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잘 봐 놓고 딴소리>는 위의 SNS로 수평의 미디어 능력을 갖춘 대중의 '캔슬 컬처'에 관한 내용 외에도 사회적 약자에 관한 미디어의 무관심이나 KPOP 연예인들의 명성만큼에 대한 정치적 역할에 관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저자 TV비평가인 이승환이 서문에서 다룬 것 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에 관하여 저자는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독자와 나름의 토론을 벌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소 논쟁적이고 비판적인 내용들에 관하여 적잖히 생각을 더해가면서 읽게 되었다. 때로는 의견이 일치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중간중간 어감이나, 후반부에 독자를 고등학생 정도로 상정한 것으로 보아 미디어의 읽고 쓰는 것에 관한 교재로 잡은 책이라고 볼 수 있으나 우리 엄마나 콘텐츠를 전공한 나 조차도 최근 미디어 곳곳에서 당연하듯 보여지는 것들에 의문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각성제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 전공자 뿐만 아니라 이렇게 블로그나 다른 매체 곳곳에서 자기 이야기를 몇줄이라도 써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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