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호텔이라는 배경에 결핍된 시니컬한 성격의 황태자와 깨발랄 흙수저 여주인공이 만난다는 비슷한 설정의 드라마가 같은 요일 함께 방영을 시작하였다. 하나는 <킹더랜드> 다른 하나는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이다.
우연히 두 드라마 모두 지금까지 방영된 부분을 모두 시청하였는데 간단히 비교해볼만하다. 지금까지 시청률을 기준으로는 로맨틱 코메디로 아이돌 출신 배우로 인지도가 높은 윤아, 이준호가 주인공인 <킹더랜드>가 우위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19회차 인생의 깊이 있는 연륜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신혜선과 지켜주고 싶은 연하남 이미지를 잘 그려내는 안보현의 매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비교해보자면, 남자 주인공은 전형의 전형성을 더하였다. 대기업 회장의 하나 뿐인 손주로 강력한 후계자로 성장하였다. 특히 여러 계열사 중 호텔 사업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과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가 가져온 외로움과 충격이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할만큼 큰 약점이 된다는 것까지 Ctl C+V 일 지경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서자로서 어린 시절 갑자기 사라진 엄마의 부재가 큰 충격으로 웃는 것을 경멸한다는 설정(킹더랜드)과 병약한 엄마의 죽음과 마음을 주었던 첫사랑의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세상의 소리를 잃은 상황(이번 생도 잘 부탁해)이다.
배경이나 주인공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 관계도 역시 비슷하다. 일단 남자 주인공은 조력자와 적대자가 명확하다. 까칠한 도련님들의 도저히 다른 사람들은 맞춰주기 어려운 성격을 너무도 잘 이해해주는 속 좋은 친구 비서가 항상 옆에 있다. 한편 호텔을 호락호락 황태자에게 넘겨주기 싫어하는 적대자들이 있다. 이들은 적통의 이복 누나(킹더랜드)이거나 새엄마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을 밀어내려는 엄마 다음의 호텔 대표(이번생은...)다.
데칼코마니같은 두 드라마는 다행히 이 두 드라마는 여자 주인공에게서 그 장르가 갈린다. <킹더랜드>가 흙수저 출신에 내세울 것 없는 캔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메디라면, <이번생도 잘부탁해>은 무려 19번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닳고 닳은 캐릭터의 여주인공을 내세운 판타지물이라는 점이다.
여주인공 주변 인물은 <킹더랜드> 캔디의 서민, 흙수저의 현실을 다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삼총사 친구들이 있다면, <이번 생...> 도인 캐릭터는 전생의 조카 정도가 전부이다. 대신 이전 생에서의 경험과 인물의 회상씬에서 주변 인물과의 기억이 조력자들을 대신한다.
이렇게 인물 관계도에서 보자면, 적대자의 위치에서 남자 주인공이 주인공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물 차체의 평면성에서 여자 주인공이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이 드라마의 흥행조건일텐데, 다만 윤아가 연기하는 흙수저 캔디 역할도 사실은 이제는 전형성이 큰 캐릭터라서 새로운 크게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그렇다고 전생을 이야기하는 판타지성도 신선하다고 하기에는 최근 종영한 <구미호>부터 뽕을 뽑아둔 터라 위험요소는 있다.
그렇더라도,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들이 오랜 어머니의 결핍에 의한 상처를 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촉매제 혹은 구심체가 되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라마는 그 뻔한 과정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 <킹더랜드>의 남녀 주인공의 알콩달콩 설레는 장면장면과 아름답고 호화로운 배경, 다양한 PPL을 원없이 선보일 수 있는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스타의 이미지 소비를 최대한 충족시켜준다면 그것도 드라마를 볼 이유가 된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는 과연 전생의 첫사랑이었던 자신을 과연 현재를 살아가는 현생의 내가 이겨 낼 수 있는가가 관전 포인트가 되는데 여기에는 뭔가 음모와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서 마냥 밝기만 하지는 않다는 점이 스토리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생도 잘 부탁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미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만들어진 가운데 드라마화 하는 것은 안전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킹더랜드>는 드라마의 방영과 함께 웹툰을 만들어 공개하였다.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나 드라마의 캐릭터에서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여 여러 미디어를 통해 관심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크로스 미디어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콘텐츠는 지금 당장의 유명세나 시청률만큼이나 지속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다른 OTT서비스나 창구로 영향력을 가져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해진 시점에서 이 비슷한 듯 다른 두 드라마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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