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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tv 방송 리뷰

동네 멋집, 공간 기획에서 중요한 것들

by feelosophy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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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확장이라고 할만큼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나왔다. 제목은 <손대면 핫플, 동네 멋집>이다. 편의점이나 치킨집보다 많다는 동네 카페의 심폐소생을 위해 나선다.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할만한 전문가는 공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이미 프랑스 음식점 글로우키친, 카페 청수당, 일식당 송암 여관, 샤브샤브 식당인 온천집을 핫플로 만들었을만큼 인정받은 공간 기획자 유정수가 맡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먹고 사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음식을 다루는 사람, 음식의 조리 방식과 음식의 맛과 품질 나아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한 원가 관리까지 처음과 끝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교육, 서비스에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들은 기존 메뉴를 개발하거나 전문화하고 메뉴를 한두가지에 집중하는데 포커스를 맞췄고 그 결과 손님들의 맛 평가가 주요한 평가 지표가 되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가격대비 맛이 좋은 즉, 가성비가 높은 것이 동네 식당의 생존 전략으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보다는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식당 주인들은 철저하게 비판을 받았다. 파티룸을 운영하거나 정기 모임을 이끄는 사장은 식당 본연의 기능보다 다른 목적의 공간 운영에 한 눈을 파느라 결국 두가지 다 잘 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동네 멋집>은 그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 식당만큼 많은 것이 카페인데 카페는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기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내는 일보다는 손님들이 그 카페를 찾는 이유를 만들어 내는 공간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카페는 작게는 커피 등의 음료를 사고 마시는 곳이라는 점에서 시작하여 책, 꽃, 그림 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결합한 공간으로 소비되며 베이커리, 샌드위치나 파스타 등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기존 음식점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규모와 목적, 챙겨야 하는 지점이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대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섣불리 나가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프라인 만남에 의미를 두게 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면 선호되는 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비주얼이 음식의 본질을 넘어서는, 그래서 멋이 맛이나 배부름보다 중요한 것이 되었다는 냉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비춰질 지언정 상업적 공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프로의 취지이다. 그저 새것의 좋은 자재를 가지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의 컨셉과 메뉴, 서빙 방식이나 카페의 위치, 주변 조건 등을 따져가며 이야기를 발굴하여 비주얼화하는 것이다. 

 <동네 멋집>은 김성주 아나운서와 똘똘한 여자 출연자와 함께 전문가가 진단하여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극복해준다는 점에서는  <골목식당>과 닮았으나 본질은 크게 다르다. 오히려 못생긴 외모에 고통스러워 하는 출연자에게 새로운 외모를 만들어주는 성형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이나 낡고 오랜 집을 새집으로 바꿔주는 드림하우스 프로그램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약간의 아쉬움을 더하자면 공간에 생명력을 주입하는 운영의 묘미, 주인장의 카리스마와 능력에 대한 부분은 축소되었고 전문가의 센스와 서민들은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는 고액의 비용이 들어가는 기깔나는 인테리어에 기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골목식당>은 저렇게 하면 안되지, 저렇게나 열심히 하다니 내가 돈쭐내러 가봐야지, 내가 식당을 한다면 저런 점을 꼭 기억해야지 하면서 공감을 한다면 <동네 멋집>은 저 전문가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내 가게를 좀 새롭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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