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이 출연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공개되었다. 언뜻 느낌은 <슬기로운 병원생활>같이 병원 사람들의 인간미가 풍기는 밝은 드라마이다. 그런데 정신병동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미디어가 비추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타이밍상 요즘의 <힘쎈여자 강남순>의 인기에 힘입어 전편이라 할 수 있는 <힘쎈여자 도봉순>의 주인공이었던 박보영은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주변 사람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괴력을 가진 캐릭터라는 점이 이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의 박보영이 맡은 정다은 간호사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원래는 내과 3년 경력의 간호사인 정다은은 정신과로 옮겨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새로 온 간호사에게 병동을 소개하는 수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시청자들도 정신병동의 분위기며, 간호사들이 불의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알게 된다.
마치 감기에 걸리면 내과를 찾듯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X레이같이 무언가 눈으로 확인해서 알 수 없는, 나만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증상에 대해 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불투명함만큼이나 답답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커텐도 없는 아침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정신병동의 그 밝고 경쾌한 분위기라니. 통통튀는 외모에 목소리만 들어도 기운이 나는 듯한 박보영이 주인공이라니.
이 드라마는 그 소재나 캐릭터를 맡은 배우의 궁합처럼 관심을 갖기 좋으며, 박보영과 상대역인 연우진의 캐릭터도 회를 거듭하면서 더 기대를 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주인공 역시 직장에서는 환자를 섬세하게 챙기면서도 엄마에게는 무심한 여느 한국의 딸들이다. 사실 우리는 지나는 사람들이 가진 상처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다. 마주할 시간도 없고 그들은 아무에게나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꺼린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이 다쳤다가 아물고 그런 과정에 산다. 그렇지만 많이 다쳤을 때는 혼자 회복이 안될 때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럴 때에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Curve>라는 단편영화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긴장상태의 지속이라는 극한 스트레스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었다. 어둡고 언제든지 저 아래로 미끌어져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그 상황에 들어온 것도 기가 막히는데 그곳에서 빠져 나갈 방버이 도저히 없다는 것이 너무 절망적인 그런 상황이다. 누군가 여기 곤궁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잠깐만 밧줄을 내려주면 금방 올라설 수 있는 이 인생의 굴곡에서 우리는 잘 버티고 있는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 커부 저 위쪽에서 밧줄을 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러므로 결국 이 드라마는 주변을 돌보고 관심을 갖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정다은 간호사가 정신병동에 오게 된 이유도 내과에서 너무 환자를 친절히 대한다는 이유였다. 이 착해빠진 간호사는 시간 여유가 없는 내과 병동에서 불면증환자가 겨우 잠든 밤에 깨울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시간 들여 혈압을 재고, 혈관이 가늘어서 힘들어하는 앞서 두명의 간호사가 무시한 환자에게 소아용 바늘로 바꾸어 주는 관심을 기울였다. 정신병동에 와서도 담당하게 된 환자의 엄마와의 갈등에 자기 이야기를 가져와 오지랖을 부린다. 드라마라서 그런 설정이 가능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사람 속 마음의 상처에 대한 이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에 은근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이 드라마는 이렇게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따뜻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표하는 느낌이다.
일상, 감성 스타일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영상에서 환상성, 추상적 상황과 연극적 독백이 난무한다. <존 말코비치되기>영화 처럼 가끔은 상상속 상황이 눈앞에 만들어지는 그런 기괴한 경험을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해를 도우려 한다.
주변을 살피고 나의 마음을 달래서 면역력을 기르는만큼 사회도 그만큼의 성숙이 필요하기에 이 드라마는 나름의 경쾌함과 재미만큼이나 소중하다 생각이든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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