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화드라마 <내남편과 결혼해줘> 8회는 보는 시청자들의 얼굴이 다 화끈할 정도였다. 이미 알고 있는대도 속이 부글구블 끓는다. 강지원을 두고 박민환과 정수민의 막장 불륜이 본격적이고 노골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각성한 주인공이 복수의 칼날을 갈아도 착한 심성때문에 주춤하는 사이 나쁜놈들은 그들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 주저하던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막장으로 치닫는 장면을 보고나니 문득 15년 전에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SBS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떠올랐다. 그 당시 주인공인 장서희가 착하고 조용하던 구은재에서 부잣집 딸 능력자인 민소희가 되어 사이다 복수를 시전하는데 딱 점하나 찍고 칼단발만 했을 뿐인데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설정으로 말이 많았다. 복수물답게 일상에서 이뤄질 수 없는 범죄를 다룬 것은 물론 탄생의 비밀, 불치병, 재벌 등 막장 드라마 소재는 모두 사용하였다. 복수의 대상이던 악인들이 급작스럽게 착해지더니 죽음을 맞이하는 등 용두사미 전개 자체도 막장이라고 회자되던 드라마다.
<내남편과 결혼해줘>가 착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여자가 배신한 남편과 불륜녀를 향한 복수로 각성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막장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결을 같이 한다. 구체적으로도 가장 친한 친구가 남편 불륜의 대상이라는 충격이 드라마의 기폭제가 되고, 남편은 누가 보아도 찌질하고 허술하면서도 망가지는 짠한 모양새라는 점도 계보를 잇는다. 게다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설정도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낸다.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닥터 차정숙>은 그래도 죽음이라는 극단까지 가지 않고 여자 주인공이 각성했었고, 남편도 찌질하고 불륜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사회적 지위나 능력, 인격적으로도 구제받을만한 구석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만회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막장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 했다.
그런데 <내남편과 결혼해줘>는 방영시간대가 일일드라마 시간대인 8시 반이면서 월화 드라마라는 점에서 <아내의 유혹>의 막장의 선으로 한걸음 더 다가간 모양새다. 머리채를 싸잡아 내던지는 패기나 시대적 이동을 눈치채게 하는 장치오 원작가 돨리 뜬금없이 유명 아이돌의 노래를 등장시키는 엔딩 등이 그런 막장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억울한 여자의 복수극을 다룬 막장드라마는 이런 구조로 흘러가는 듯하다. 일상- 비일상- 행복해진 일상의 복귀로 귀결되는데 여성 주인공은 극중에서 꾸준히 정의롭고 지혜로운 방식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진행한다.
1. 착하지만 자기가 불합리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일상
2. 착한 여자를 이용하는 주변의 나쁜 사람들을 통한 시청자 분노 조장(주인공의 고구마), 대개 남편과 불륜녀
3. 자기 상황을 직시하고 각성하는 여자
4. 복수를 위한 준비와 실행
5. 조력자를 통한 통쾌한 복수의 에피소드
6. 조력자와 주인공의 예상하지 못한 위기
7. 결국 복수 성공
다만,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과거로 되돌아간 주인공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쥐고 아직 죄를 짓지 않은 남자친구와 친구에게 미리 복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윤리적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막장의 요소가 아직 죄를 짓지 않은 예비 비 악인들의 성정을 드러내고 주인공이 복수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남편과 결혼해줘>는 어차피 나에게 배신과 억울한 죽음을 선사할 남편과 불륜녀 친구를 향해 자신의 운명을 비껴나갈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고, 그의 조력자인 나인우가 연기하는 유지혁 조차도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열일하기를 바라게 된다.
막장은 막장의 문법이 있을텐데 그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이런 헛웃음이 나오는 황당한 시대를 우리는 이렇게라도 대리 복수를 통한 사이다를 흡입해야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내남편과 결혼해줘>는 주인공의 과거에서의 복수가 개연성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이런 막장이 들어가줘야만 한다. 당연히 웝툰과 같이 흘러갈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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