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고 있다. 복수를 위한 여주인공 강지원의 멋진 역공은 전 남친과 거짓 단짝 친구의 결혼식으로 끝을 향하는 듯 하다. 게다가 순애보 유지혁 부장의 고백에 강지원은 두번째 인생의 행복한 날을 꿈꾸게 되었다.
아무래도 달달해도 너무 달달해서 드라마 좀 보았다 싶은 사람들은 불안해질 것이다. 유지혁 부장과 꽁냥거리는 강지원의 행복한 미소가 보는 시청자들도 덩달아 설레기는 했지만 말이다. 강지원에게 처음 반한 어린 대학시절의 발을 디딜 땅이 없다는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두 번 사는 삶에서 조차 조심스러운 유지혁이라니.
드라마 초반 엄금진 순애보 부장인 유지혁역으로 캐스팅된 나인우에 대한 우려가 좀 있었다. 그가 출연하는 <1박 2일>에서 허당, 빙구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적이면서 멋있고 츤데레 부장인 유지혁의 이미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하면서 연기자들의 호연과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드라마의 불륜, 나쁜 시어머니, 똥차가고 벤츠온다는 공식에 힘입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나인우에 대한 반응도 좋은데 이를 두고 <1박 2일> 출연자들이 나인우를 놀리는 장면이 재미있다.
이렇게 기존 예능 이미지와 상반된 배역으로 부담이 될 수 있음에도 잘 극복한 나인우는 배우는 배우다. 190에 육박하는 큰 키에 넓은 어깨, 안경은 벗은 눈매는 적당한 쌍꺼풀에 눈밑 점까지 배우상인데다가 대사를 하는 발성은 부드럽고 딕션이 정확해서 감정이 깃들어있다.
전 출연 드라마인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에서도 혈기왕성한 형사 주인공 역을 맡았는데 그때에도 형사역에 걸맞게 외부 촬영이 많고 복장도 수더분했기는 했어도 표정이나 대사를 하는 목소리는 배우였다.
그런데 이번 유지혁은 작정하고 꾸미고 나와버리니 그 간극이 좀 컸던 것 뿐이다.
주인공 박민영과의 체격 차이도 있고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상 순애보 주인공의 애잔함 속에 세상 달달하고 행복한 장면을 마주하고 보니 더욱 유지혁이라는 캐릭터에 몰입이 되는 것 같다.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사람, 그 다짐을 지켜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 지금의 행복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연인을 안은 모습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잘써진 일기같은 인생에서 다른 한손으로 쓴 한 줄 같은 사람을 만나 그사람을 지켜내기 위한 땅이 되겠다는 남자라니.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것이겠지만.
아마 곧 드라마는 이런 달달하고 상큼한 사이다 복수 뒤에 더 근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등장할 것이다. 이미 주인공들은 각자 위암과 교통사고로 죽음을 경험했으며, 그 사건은 어떤 형태로든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것이 그들이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겪어야만 하는 사건이 된다면 그것도 비극이 될 수 있으므로 죽음을 벗어난다고 하여도 주인공들에게는 시련이 될 수 있다.
강지원의 위암은 공민정 과장에게로 갔다. 그렇다면 유지혁의 교통사고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그 사건을 어떻게 풀어내서 이야기를 완결시킬 것인가가 관심거리가 된다.
유지혁의 약혼녀 보아까지 등장하여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 드라마<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초기 불안요소를 떨치고 막장의 매너리즘에 빠진 시청자들을 다시 흥미롭게 하고 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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