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은 어딘가 구석에 콕!하고 쳐박혀 놀기를 좋아합니다.
저도 어릴 적에는 이불로 텐트같은 걸 만들어서 그 안에서 인형놀이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한 적이 많았어요. 저는 그런 습성을 온전히 주어진 공간을 지배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외로움을 잘 타면서도 스스로 고독을 즐기도록 설계되어있는 것도 같아요.
그렇게 나만의 공간으로서 숨겨두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다. 가만히 혼자 찾아서 큼지막한 잔에 내려마시는 커피는 향과 맛뿐만 아니라 촉감까지도 온전히 내것이 될 만큼 편안합니다
정다방 운영자 중 한 분인 창틀님이 만들어주신 특제 떡볶이!
문래동에 위치한 ‘정다방’이에요.
다방이라고 하면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네모반듯하게 생긴 키작은 소파들이 줄줄이 놓여있고, 인스턴트커피2,프림2,설탕3 으로 대표되는 다방커피를 홀짝거리거나 계란 동동 띄운 쌍화탕이 떠오릅니다. 물론 가본 적이라고 해봤자 딱 한번 이지만요.
그런데 ‘정다방’은 전화도 귀한 시절, 사무실도 없었던 우리 예술가들에게 대기실과 회의실이 되어주었던 그 ‘다방’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 이름이 더 정겹습니다.
엿장수의 흥을 돋우는 큼지막한 가위처럼 다방에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마담이 있어야 하겠죠? ‘정다방’에도 물론 마담이 있습니다.
반전은 이 녀석이 수컷이라는 것이죠. 이름을 정마담이라고 지어놓고보니 그 행동도 고양이라지만 도도하고 매력적입
니다.
분명 예전에는 정말로 다방으로 쓰였을 것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내부가 아주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편안하고 조용하게 쉬기 좋게끔 바뀌어 있답니다. 벽면에는 상설로 여러 작품이 걸리게 되는데 이날은 사진동호회의 사진작품들이 걸려있었어요.
화장실이었을 것 같은 공간을 이렇게 바꾸어 두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완전히 부수지 않고 이렇게 공간을 살려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것이 인상깊었는데요. 있는 것을 그대로 살리되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왠지 착한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위층 사무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도예수업을 하거나 저녁에 소믈리에로부터 와인강좌를 듣거나 다른 너른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에 관한 소식을 알리는 잡지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얼마전부터 저도 젊고 멋진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즐기고 행복해 하면서도 저도 뭔가 멋진 것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다방’은 차를 마시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정이 많이 깃든 곳이고 아끼고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멋진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자율토론파티를 한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한켠에 스크린을 마련하여 영상이나 PPT를 할 수있는 장비도 있어서 저녁 시간에 편안한 이야기를 나눌 곳으로 아주 좋을 것 같았어요. 의자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고 하네요. 연말에는 파티로 아주 스케줄이 빡빡했었지만 요즘은 좀 어떨까 합니다. 마음에 꼭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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