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작가님은 지금까지 진행한 세 번의 전시 중에 두 번의 전시와 함께 하셨답니다. 지성은 작가님의 드로잉 작품들은 그의 절제되고 단호한 주제 의식을 닮아 채색이 최소화 되고 단순한 선으로만 대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단순해 보이다가도 그림을 보면 볼 수록 나중에는 그 그림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그림을 가득 채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성은 작가 <Magic Cage 展>
작가님의 '드로잉레시피'워크샵은 그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이고 다각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림을 그리기 기법이나 연습방법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직접 그림을 그려보고 다른 이들의 그림의 감상을 나누기도 하죠.
드로잉레시피라는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조리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따라 각자가 생각 닿는대로 그림을 그려 완성해 나가게 됩니다. 직사각형과 원 그리고 그 것들이 겹치고 겹치지 않게 위치와 크기는 자기가 결정하고 그 갯수도 제각각이죠.
사람은 참 한결같습니다. 그래서 인격 혹은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죠. 가끔 다중인격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옷입는 취향이나 말투와 행동 먹는 음식에까지도 성향이 드러나기 쉽습니다. 그러하다보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도 모르게 그림 속에 자신을 투영하기 쉽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그림을 직업으로 삼아서 목적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데 익숙한 전문작가들보다는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서 더 잘 드러나는 일일거에요.
그래서 그림을 잘 그려보고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처음 연필을 들었다가도 이렇게 한번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려보다 보면 다른 사람과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내 이름을 적은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정갈하게 정리된 그리기 용구를 대면하는 순간!
저는 도화지 하나하나 질감에도 참 기쁨을 느낍니다.
쓰다듬다보면 A4용지와는 다르게 어떤 촉감이 촉촉하게 묻어 나는 기분이 들거든요. '오늘은 여기에 무얼 그릴까~'
레시피를 따라 그린 그림을 슬쩍 공개해볼까요? 언뜻 보기에도 전혀 다른 그림이 완성되었지요?
추상화같기도 하기도 말이죠. 붉은 색을 썼다 해도 차가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흥미로웠습니다. ^^
무작정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에 의미를 찾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그림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 같네요. '나도 모르는 새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들켜버린 것에도 적잖히 놀라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지금과 그것을 투영하는 그림을 내보이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입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보면서 즐거운 상상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미있고 신나는 그림을 그림을 그려본다면 정말로 재밌고 행복한 내가 뿅!하고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운 작업인 지도 모르겠어요.
'드로잉레시피' 마지막에는 지성은 작가님이 그린 드로잉작품을 보여줍니다. 그 그림을 그리는 순서대로 적은 레시피를 우리는 이리도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에 탄성이 묻어 났어요!
어쩌면 인생이 어느정도는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또 그 그리는 방법이 너무도 달라서 전혀 다른 모양새로 살아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앞에 복잡하지 않은 하나하나의 레시피를 무덤히 그려나가다보면 나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쁨을 찾아나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로잉 레시피'워크샵은 의미깊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어서 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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