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박신양의 '박수건달'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서 더 손해를 보았을.
전작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고유 브랜드가 진화하지 못한 전형적인 예.
<가문의 영광>은 분명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면 전라도 사투리 구수하게 쓰는 단순 무식한 형제들이 나오고 다소 과격하지만 기본적으로 선량한 본래모습에서 친근함을 떠올립니다. 지식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다가도 해피엔딩을 찾아가는 우당탕하는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이런 브랜드화된 영화에서는 그 브랜드 자산을 속편의 성공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가문의 영광도 이미 4편의 속편을 내놓았고 누적 관객 수도 1000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가문의 영광'은 '가문', '가족'이라는 개념을 내세워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보여주며 명절 때마다 떠올리게 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라는 것은 자기가 가진 고유의 개성을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고 한 눈에 그 브랜드를 알아차리고 좋아하도록 해야 합니다. 영화 관객들이 전작 '가문의 영광'에 품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신작 영화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리고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영화를 혹시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구요.
그런데 이번 '가문의 영광5'은 '건달뮤비', '가족', '코믹'이라는 고유 아이덴티티만을 고수하느라 10년이 지난 시대의 트렌드를 간과해 버렸습니다. 브랜드를 이루는 가장 기본은 지키되 시간이 지나면 마치 사람처럼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야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끊임없이 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가문의 귀환'은 기존 첫편의 등장인물이 다시 나와서 그 당시의 캐릭터대로 움직이느라 시대가 바뀐 지금에 맞지 않아 어정쩡해졌습니다. 게다가 김민정과 윤두준이 연기하는 에피소드는 전체 이야기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구요. 이건 '박수건달'에서 박신양이 흠모하는 정혜영의 스토리나 박신양의 조직을 위협하는 검사 조진웅의 스토리는 각각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이면서도 박신양이 자기 삶을 바로 보게 되는 에피소드로 방향을 잘 잡고 있는것과 대조적입니다.
입체적이고 스토리의 줄기가 명확했던 '박수건달'과 달리 평면적이고 스토리가 얽혀버려 애초에 진이 다 빠져버린 '가문의 귀환'에는 좋은 평점을 주기가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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