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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tv 방송 리뷰

신들린 연애,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이 가능한가

by feelosophy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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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다. 화려한 외모와 선정적인 이미지를 주로 가지고 있는 에덴 시리즈, 썸핑, 투핫, 러브 아일랜드와 같은 외국의 연애 프로그램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연애 예능은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다루는 것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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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구성이나 관계, 프로그램 속의 룰에 따라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 매칭을 목적으로 하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나는 솔로>는 결혼 적령기의 자기 직업을 가진 남녀들을 현실적인 공간에서 숙박하게 하면서 복수의 매칭과 데이트를 주선한다.

 

한편, 실제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를 끌고 오는 프로그램은 기존 관계와 새로운 관계 속의 미묘한 갈등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환승남녀>와 <연애남매>는 이미 헤어진 연인사이, 남매사이가 출연하여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 갈등을 하거나 연합을 하게하는 긴장선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잘 아는 X연인, 남매의 시선으로 동성의 상대자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다. 출연자의 선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평가되었다. 

물론 한국의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노골적인 수위까지는 아니라도 성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프로그램도 있다. <솔로지옥>이나 <러브캐처>의 경우, 외국의 프로그램처럼 고급스럽고 세련된 공간에서 훌륭한 외모를 가진 출연자들을 지켜 볼 수 있게 된다. 그마저도 사랑 때문에 거액의 돈을 포기하고 현실 커플이 된 출연자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한국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제는 X연인이나 남매가 돕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자신의 연애에서 신의 계시를 받는 차원을 다룬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하였다. 바로 SBS에서 화요일 밤 10시 20분에 하는  <신들린 연애>다.

예전 <나는 솔로>에서 무당인 여성 출연자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 <신들린 연애>는 아예 점술인, 역술가, 타로가 등 사람의 운명을 보고 조언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만 출연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 출연자들은 직업적으로 편견이 있기 때문에 연애하는데 제약이 있는만큼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만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이 상대방의 외모만으로 첫인상 선택을 하고 직업이나 나이 등을 통해 최종 상대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신들린 연애>는 운명의 상대를 미리 선택하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과 운명적으로 맞는 대상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점술인과 역술인 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명을 보게 되는데 이들이 서로 섞이면서 어떻게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되는지도 궁금하게 한다. 

 

직업이 공개된 가운데 방송 출연자들은 순수하게 자기의 연인을 찾는다는 목적도 있겠지만 일부 자신의 유명세를 어느정도 기대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예측하고 운명의 상대로 생각하는 이와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이들은 스스로의 연애 사업에서의 고비를 보는 것 외에 직업적으로 타격이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회차에서 한 출연자가 이탈하게 된 것도 그런 부담감이 어느정도 작용한 것은 아닌가 한다. 자기의 운명에 대한 확신이 클 수록 그런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애 프로그램의 특징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출연자들의 합숙 생활을 관찰하는 비디오를 지켜보는 스튜디오 패널들의 대화를 보는 것이다. 그들은 영상을 보고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므로써 시청자를 대변한다. 자기의 경험이나 다른 출연자들의 생각에 의견을 더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작자의 정보를 어느정도 흘려주면서 비디오에 담기지 않은 맥락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들은 신들린 연애 출연자들의 신기가 발현하는 순간 깜짝 놀라기도 하고 운명을 거스르는 것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에 갈등하는 출연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황이나 조건 혹은 지역적 거리와 결혼 유무 등등의 환경이 만들어낸 것들과 사람으로서의 끌림을 두고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신들린 사람들과 우리는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신당을 차리고 그들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서 점괘를 보고 사용하는 용어나 직업적 특수성을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획은 신선하다. 게다가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사주, 운세를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연동시켜두기도 하였다. 

MBTI 열풍이 불고 난 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한편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주든, 타로든, 점괘 든 자가기 처한 현실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의 방법은 결국 자기의 이해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다. 

<신들린 연애>는 가슴 콩닥거리고 간질간질한 연애를 현실의 운명 위에 올려 놓아 조금 더 진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프로그램이 3일에서 2주일 동안 독립된 공간에 머물며 꿈같은 생활을 통해 로맨스 넘치는 데이트를 이어 나가는 것과 달리, 분절적으로 그 공간 안에서의 상대만을 주목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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