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어바웃 타임의 향기가 솔솔

 사람의 기억은 사진과는 다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한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귀주는 행복한 기억속으로 돌아갈 수는 있지만 그 시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사람들에게 보이지도, 사람들을 만질 수도 무언가 사건을 바꿀 수도 없다. 행복한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으나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은 그 행복을 더이상 행복하지 않게 한다. 그래서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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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런 상황이라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놀라운 능력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이런 불행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복씨 집안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나 그 중 복귀주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 복귀주(장기용)는 영화 <어바웃 타임>의 팀과 닮았다. 다만 팀은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현재)를 바꿀 수 있지만 귀주는 현재를 바꾸지는 못한다. 다만 과거를 복기하여 그 시점으로부터의 미래인 현재를 다시 보게 만든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를 보면서 <어바웃 타임>을 떠올리게 된 것은 단지 과거 회귀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부귀 영화를 누리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치와 가족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바웃 타임>에서 팀은 첫 눈에 반한 메리와 이어지기 위해 수십 번 과거로 돌아간다. 모태 솔로인 팀은 이상적인 연애에 이어 프로포즈에도 성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 동생의 불행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를 변화시켜도 보지만 그 결과 만들어진 현재는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재를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일의 의미를 고민하고 현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팀은 행복한 가족과의 현재에 집중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멈추기로 한다.  
 
귀주도 과거 행복을 좇는데 현재가 불행해진다면 계속해서 행복한 현재를 만드는 것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서 확인한 자신의 다른 시선에서의 모습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가는 삶을 이해하게 된 것같다.    

 

 

현대 질병때문에 초능력을 잃은 복씨 집안은 그야말로 위기다. 예지몽을 꾸는 복만흠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하늘을 나는 복동히는 비만이다. 복귀주는 행복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만 우울증에 걸려 행복한 과거가 더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부유한 집안인 복씨 집안에 접근한 사기꾼인 도다해와 그 일당들(?)은 이러한 초능력을 가진 복씨 집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다. 계략이고 설계였던 사기의 기술은 어쩌면 도다해와 복주의 운명 때문에 진정성을 얻으면서 8회가 지나면서 급진전되어 버렸다. 
 
미래를 알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있으며 하늘을 날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 가족은 슈퍼히어로가 아니었던 것은 각자의 능력을 서로가 아닌 따로 각자의 방향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구심점이 되어줄 사람이 바로 도다해가 아니었을까. 
 
도다해와의 시간이 행복하다고 여긴 복귀주는 그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그 시간에서 자기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게 된다. 그 시점에서 미래인 지금을 돌이키고 그 속에서 우울증을 벗어날 실마리를 찾아낸 것으로도 보인다. 
 
인생 팥빙수를 사러 강릉까지 갔다가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 다해에게 팥빙수를 선물하는 장면에서 감격 스러웠다. 팥빙수가 녹을까 부랴 와서 다해가 행복하게 먹는 것을 흐믓하게 지켜보는 귀주의 모습은 처음의 술통에 빠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이다. 
 
딸 이나도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 가족사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비록 다른 사람들을 속일지라도 손맛 좋은 엄마가 만들어주느 푸짐한 식탁이랄지 서로를 구박하는 듯해도 항상 모여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오히려 화목해 보이는 집이다. 얼핏 이들은 도다해, 복귀주, 복동히의 능력을 찾아주고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게 하는 조력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오히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갈등이 되는 것은 복씨집안의 구심점이었던 복만흠이다. 예지몽을 통해 부귀한 삶을 살았지만 정해진 미래 때문에 현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다. 또 현재를 살아가기 보다 잠 들어 미래를 엿보는 것만이 일생에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가족을 돌보지 않았다. 남편 순구가 그런 만흠을 대신해서 가족을 살뜰히 지켜왔음을 돌아보지 못했다.  남편의 고통과 작은 일탈에서 시작된 소용돌이가 다음회부터 복씨집안을 뒤집어 놓을예정이라 흥미진진하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