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심리수업2>를 읽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인가. 아이의 성향은 뒷전으로 하고 나의 생각이 옳다고 밀어붙이고 답정너 엄마는 아니었나 반성을 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이책의 기본이 되는 기질에 대한 내용과 훈육, 공부에 관한 내용을 살폈다. 정리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책리뷰] 엄마심리수업2, 엄마 아이기질과 훈육, 공부에 대하여(1) (biroso.kr)
이번 포스팅은 아이의 자발성을 키워내는 방법, 대화, 코칭에 대한 것이다.
4. 자발성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이 바로 자발성에 관한 것이었다.
사이코드라마 창시자인 모레노는 자발성을 '익숙한 상황에서 새롭게 반응하고 낯선 상황에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 요컨대 자발성은 '고리타분한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이고 '새로운 세상을 즐길 수 있는 힘'이다. p. 140.
내 아이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수 잇꼬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하고 즐길 수 있으려면 자발성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런 생활 습관이 가치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격한다. 최근에도 아이는 여행가방에 자기 책을 한권 넣어둔 것을 보고 감격을 했었다. 읽든 읽지 않던 자기가 여행을 갈 때 무언가 읽을거리를 챙겨가는 엄마를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 생각하니 그런 것이다.
호모루덴스의 <놀이하는 인간>에서 읽었던 놀이의 정의와 종류에 대해 떠올려본다. 놀이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아이의 사회성을 높이고 자존감을 올리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이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꿍꿍이를 가진 활동보다 그저 아이와의 시간 자체의 온도와 밀도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 좋다.
놀이는 시간 떼우기의 여가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몰입해서 재미를 얻는 적극적 행위'를 의미한다. 놀이에는 중요한 세가지 철학이 들어있다. 놀이는 자발적 행위이고, 창조적행위이며 그 자체로 완결된 목적을 갖는다. p. 143.
'자발성은 몸에서 나온다.' 가능한한 자녀에게 신체 활동을 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아이들의 몸속에 다 들어있다. 에너지, 생기, 활력, 힘, 경험, 지혜 등등 몸을 많이 쓰게 하는 것이 아이의 자발성과 창조성의 밭을 가꾸는 것이다. p. 145.
- 자발성을 살리는 방법
아이가 뭘 재미있어 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아이의 자발적 행위를 기다려주고 지지해준다. '딴짓'의 가치!
아이들과 시름하게 되는 주제로 게임을 들 수 있다. 게임이 놀이인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게임은 놀이라기 보다는 오락이나 여가활동으로 보는게 맞다. ... 게임이 아이들의 놀이를 접수했다. ' p. 156.
자발성과 중독성은 능동과 수동의 문제로 '스스로 하는 것'과 '못빠져 나오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다른 경험을 하는 것도 하나의 체험이라고 한다면 어느정도 스스로 제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항상 아이는 그 스스로 빠져나오기를 하지 못해서 부모가 꺼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닐지라도 부모와 나쁜 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자발성의 놀이 후에는 스트레스가 풀리고 현실 생활에 더 충실하지만 중독성 오락이 끝나면 불안, 초조, 허망함이 언습한다. 다시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하고 자아 상실의 세게로 빠지려고 한다. p. 158.
콘텐츠 전공자로서 게임은 중요한 콘텐츠 장르다. 게임의 정의, 장르, 게임의 구조와 기능 등에 관한 것에서부터 게임의 가상성, 게임의 사회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분명 상업적 목적에 의한 과도한 몰입을 통한 중독의 문제는 큰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게임 유저들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것과 이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의 바람은 게임이 오락으로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현실 삶을 더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순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 순기능을 살리면서 불안, 초조, 허망함, 가상세계의 아바타에게 던진 현실 세계의 자아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에 관한 정책이나 방안이 현실성을 찾아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학벌을 주려하지 말고, 안정적인 삶을 주려하지 말고, 세상에 맞설수 있는 힘을 주자. 세상에 도전하는 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 실패를 겪고 일어서는 힘! 불행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힘! 어떤 순간에도 마지막 희망을 믿는 힘! 자발성을 주자 p.168.
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서는 안에서 부리로 껌데기 안쪽을 쪼는 ('줄') 동시에 어미 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주어야( '탁')한다는 뜻이다. 바꿔말하면 아이의 자발성이 '줄'이고 엄마의 기회제공이 '탁'이다. p. 187.
5. 대화
될 수 있으면 아이에게 다양한 표현을 써주려고 했다. 맥락이 부족한 아이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에서 본 문장 중에 충격적인 문장 하나
'엄마가 말이 많으면 아이의 언어 능력이 약해진다.'
아이가 기질이 밝고 적극적이라서 망정이지 말 많은 엄마 앞에서 입 꾹닫고 소심하게 클 뻔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 과연 이런 묘사나 설명만이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다. 수많은 표현 들 중에 엄마의 표현만을 만나게 된다면 나중에 아이는 다양한 선택지에서 하나의 선택만 갖게 되는 셈일까. 하는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엄마가 너무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많은 정보를 담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해석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아이와 교감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책을 읽다가 주르륵 눈물이 흐르면 왜 엄마가 울었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다정의 방식이라고는 생각한다. 단지 감정을 뒤로 숨기고 다만 언어로만 그것을 때우려 한다면 문제라는 것이겠다.
그런 맥락에서 소위 3대 대화법을 윤우상 선생님은 경계한다.
3대 대화법이란
1) ~구나 대화법으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다.
2) 나 전달법은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껴서 기분이 어떠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3) 감정읽어주기는 상대방이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감정을 가졌구나 하는 식의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3대 대화법은 평소 엄마와의 대화를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릴 때까지만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생생한 감정 교류를 차단하고 심하게는 대화자체를 단절시킬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3대 대화법에 묶여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못하게는게 문제가 됩니다. 엄마가 때때로 화낸다고 아이가 이상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지고 볶는 관계 속에서 아이는 야단도 맞고 억울함도 겪어보고 엄마의 감정쓰레기를 받아도 보고 거기에 맞대응도 하면서 감정 분출과 표현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쌓는 것입니다. p. 217.
다만, 이런 3대 대화법이 필요한 순간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 이외의 제3자와의 갈등에서 엄마가 상담할 때다.
- 특별한 주제의 대화
- 심리적으로 약하고 병들었을 때
- 부모 자녀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특히, 이 문구는 아이와의 대화에서 내가 마음에 새기기로 한 부분이다. 요새 아이의 말투나 행동과 관련해서 훈육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훈육이 대화의 범위에 들어간다면 나는 너무 기승전'가르침', 기승전'그러니까', 기승전'좋은말'로 넘어가는 것이 그것이다. 결론은 아이가 내릴 수 있도록 남겨주기, 놓아주기를 연습할 때다.
6. 코칭
엄마는 당연히 아이보다 경험이 많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쁜 기분을 느끼거나 힘들거나 아팠다. 그래서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고통의 시련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아픔을 겪지 않는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고통과 아픔을 엄마는 알지 못한다. 아이에게 스스로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자기 울타리 안에서 아이의 고통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코칭을 일삼는다면, 나중에 엄마도 알지 못하는 힘든 시련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는 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실패의 경험이 고통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 어디엔가, 마음속 어디엔가 숨어있다가 때가 되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엄마가 아이의 실패 경험을 차단하면 아이는 자발성과 창조성의 에너지를 얻지 못한다. p. 237.
아이는 자기가 고른 오답을 세상의 정답으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p. 238.
몸을 많이 써야 마음이 성장한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힘을 내서 견디게 되니 마음의 맷집이 커진다. 그리고 남을 위해 몸을 쓰려면 먼저 마음을 내야 한다. 당연히 마음이 넓어진다. p. 242.
그래서 최고의 코칭은 '물어보고 반응하고 기회주고 놓아주고' 다.
지혜롭고 경험 많은 어른으로서 아이가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나은 길로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다. 대신 아이의 자발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어보라 그리고 그 대답에 반응을 하자.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그런데도 아이가 꿈쩍하지 않는다면 좋은 길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갈 수 있는 길을 가도록 놓아주는 것이 좋은 엄마다. 그래야 자기가 선택한 길에서의 어려움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엄마는 아이가 험난한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바로 엄마를 만나고 싶어서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마지막 말이 가슴을 스친다. 잘나고 못난 엄마가 없다. 무조건 나의 아이의 바다같은 엄마는 그 존재로도 소중하고 대단하다. 내 스스로에게 의심을 하지 말고 다만 아이를 존재 그대로 그 자체로 기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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