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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리뷰 추천]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Vs. 구멍을 주웠어

by feelosophy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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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도 사람처럼 우연의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 두 권이 비슷하면서도 반대인 주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풀어내는 방식과 그림책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 했다. 

 두 개의 책 중 하나는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이고, 다른 하나는 <구멍을 주웠어>이다.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는 길에서 빨간 선을 주운 아이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다. 유명 작가가 된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 재능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나와 교감하는 무언가의 존재는 사람을 더 의미있게 만든다. 그런 존재로 빨간 선은 곧 나 자신이다. 질풍 노도의, 굴곡진 인생을 함께하며 나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 

 

세르주 브로크, 권지현 번역
씨드북 2015

작은 선에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됩니다.『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는 볼로냐 라가치상, 바오바브상,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상을 받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주 블로크의 인생 회고록을 한 편의 그림책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우연히 주운 보잘것없는 작은 선과 늘 함께 붙어 다니며 그림을 그린 세르주 블로크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그림 작가로 성장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특유의 단순한 선과 공간의 여백을 살린 간결한 그림으로 펼쳐내었습니다.선과 함께하는 인생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선은 화를 내기도 하고 도망가 숨어버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세르주 블로크는 작은 선과 함께한 시간을 스스로 ‘멋진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선과 함께 성장해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 그림 작가 세르주 블로크의 이야기는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오래도록 긴 여운을 남깁니다.

 

 

 

 

빨간 선을 우연히 주웠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몰랐지만 점차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적응해 나가는 과정의 유년시절을 만난다. 한켠에 숨겨두었던 빨간 선을 기억하고 그것을 가지고 놀고 점차 멋진 선을 그려내며 한뼘씩 자란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던가, 아니면 잠시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선과의 교감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 끈끈한 사이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들에게 자유자재의 선을 선보일 수 있을 때, 막연함의 불안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자기의 것을 완성하는 모습에 탄성이 나왔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일생을 함께한 붉은 선을 조금 잘라 길 위에 올려두고, 작은 소녀가 그 붉은 선을 줍는 것으로 그림책이 마무리된다. 재능, 꿈, 그리고 인생을 보여주는 두고 두고 읽을만한 그림책이다. 아이보다 엄마 아빠가 여운이 길 수도.

 

 

 

한편, <구멍을 주웠어>는 역시 한 아이가 우연히 구멍을 줍는다. 그런데 이 구멍은 아이의 일생을 관통하지는 않는다. 구멍은 주워담기만 하면 주머니나 가방을 구멍내고 그 안의 물건을 쏟아내는 통에 천덕꾸러기 신세다. 그래도 아이는 그것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다닌다. 그 과정에서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구멍이 있고 구멍들은 제각각 일을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비록 자기에게는 쓰임이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구멍은 단순히 채우고 메꾸어야 하는 소멸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가 선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그려진데다가 여백이 넓었던 것과 비교할 때 <구멍을 주웠어>의 그림은 수채화 느낌으로 채색이 되었고 펼친쪽 양면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이다.

 

 

켈리 캔비, 이상희 번역
소원나무, 2018

구멍을 주운 찰리가 구멍이 필요한 새 주인을 찾아 나서는,
세상에서 가장 엉뚱하지만 흥미로운 진짜 구멍 이야기!

어느 날 찰리는 구멍 하나를 발견해요. “세상에! 나만의 구멍이 생기다니!” 찰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만의 구멍이라고 생각하자 무척 기뻐합니다. 찰리는 구멍을 주워 곧장 바지 주머니에 넣어요.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구멍이 바지 주머니를 구멍 내고 맙니다. 이번에 찰리는 구멍을 가방에 넣어 보아요. 역시 구멍이 가방을 구멍 내고 맙니다. “구멍은 나에게 쓸모가 없어.” 찰리는 자신만의 구멍이 정작 자신에게는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곰곰 생각한 끝에 구멍이 필요한 곳을 찾아 구멍을 주기로 해요. 찰리는 거리에 있는 가게마다 들러서 자신이 주운 구멍을 가지겠냐고 묻는답니다. 이처럼 《구멍을 주웠어》는 ‘구멍을 어떻게 주울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과 함께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으로, 구멍이 필요한 곳을 찾아 나서는 찰리의 엉뚱하지만 흥미진진한 진짜 구멍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아이는 구멍을 처음 주웠던 곳에 돌려 놓았지만 그때 구멍은 지금의 구멍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부터는 스포일러주의!

깡총깡총 뛰어 와 쏙! 하고 토끼가 구멍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안성맞춤인지. 

그리고 눈치가 빠르다면, 이 토끼는 항상 이 아이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돌이켜보면 풀숲, 울타리, 옷걸이, 튜브 뒤에서 아이의 구멍을 호시탐탐 주시하고 있다. 결국 원하고 필요한 이에게 구멍이 돌아간 셈이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서 각각의 책에서 느끼는 감동이 함께모여 새로운 감상을 이끌어 내었다. 일생의 어느순간 마주한 것들이 나의 운명이고 그것이 나의 인생을 펼칠 기회를 만든다 여길 수 있다. 한편으로는 흘려보내는 것이 맞는 것일 수도 있다. 연연하지 않되 최선을 다해보느 것. 그래서 우리 인생에서 무엇인가 주웠다면 그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같다. 

 

과연, 여전히 어린 나는 우연히 무엇을 주울 수 있을까.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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