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제작진은 지난 <돌싱글즈5>의 참담한 결과에 정신이 바짝들었을 것이다. 시즌제 남녀 로맨스 매칭 프로그램 중 화제성이나 현실커플에서 결혼에까지 골인한 성과만으로도 다른 프로그램에 견주어도 손색 없었는데 말이다. 현실 야생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나는 솔로>보다는 조금은 로맨틱하면서도 <하트시그널>이나 <솔로지옥>보다는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바로 <돌싱글즈>였다.
다행히 이번 <돌싱글즈6>은 시청율은 크게 반등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유투브 채널 조회수를 보나 <블라인드>, <디씨갤러리> 등의 커뮤니티에서 반응을 보아서도 조금은 만회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9회까지 방영되었고 최종 커플이 무려 4커플이 매칭된 상황에서 다음주부터는 각 커플의 1박2일 여행 에피소드가 예정된 상황이다. 응원을 보낸 커플 대부분이 매칭이 되면서 이번 시즌이 다른 시즌 출연자들보다 순한맛이면서 극적인 갈등상황과 캐릭터 관계성에서 사람들의 연애감정을 끌어 내는 간질간질한 맛이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초반 연예인 출신 정명이 특유의 솔직함으로 보민과 함께 이슈를 만들며 호감으로 변신하며 하드캐리했다. 중반 이후 개인 정보 공개가 진행되면서 모범생 이미지였던 창현과 지안이 저울질로 숙소 분위기를 뒤집어 놓으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 지옥의 카라반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
이 갈등의 상황에서 조용히 뒤로 빠져 있던 시영과 방글은 관망의 자세로 '흑화', '지옥의 카라반' 워딩을 만들었고, 이렇다할 러브라인을 만들지 못했던 미영과 성서는 충실한 조언자로 역할을 하면서 갈등의 상황에 불을 지피는데 일조했다.
덕분에 진영과 희영은 이번 시즌 돌싱글즈의 주인공에 등극하고 말았다. 서구적으로 예쁜 외모에 왈가닥 솔직한 성격으로 캔디캐릭터에 찰떡인 진영은 처음부터 듬직하고 바른 이미지의 창현과 잘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창현이 조금 더 어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어쩌면 양육하는 아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자녀 공개 전 상황) 지안으로 마음이 기울고 말았다.
여기서 희영이 남자 주인공 재질이 된 것은 일단 등장하는 순간부터 중반 이후까지 희영은 모든 여성 출연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첫인상 투표에서 미영과 정명의 표를 받았고, 방글도 시영 이외의 선택지로 희영과의 데이트를 선택했으며 지안은 희영에 대한 미련때문에 창현에게 성급하게 일단락을 지어버리는 상황까지 연출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드라마틱한 것은 희영이 처음부터 진영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첫인상으로 진영을 뽑았고 이후 쭉 진영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다른 여성 출연자들에게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미영과의 브런치 데이트와 진영과의 유부초밥 점심 장면을 비교하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실연에 빠지고 자존감이 떨어진 캔디를 순애보 연하 인기남이 직진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희영이 모델처럼 소파에 기대어 누워 짝사랑하던 진영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다.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혼자 바라보던 여자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응원하며 지켜보다가 그 끝을 안 이상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최종 커플이 만들어지기 직전에 급진전된 커플인만큼 사람들은 희영이 진영을 살피는 순간을 다시보기로 복기하고있다. 진영은 이튿날 빙상장 데이트로 어쩌면 낌새를 눈치챘더라도 창현에게 집중하느라 여지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희영이 진영창현 사이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우회하려던 지목 데이트에서 창현이 지안으로 돌아선 광경을 직관한 것이 극적이었다. 희영의 뜻밖의 선택으로 창현이 성급하게 행동하게 되면서 서사가 위기의 국면으로 다다르게 된 것이었다.
만약 희영이 진영에게 노골적으로 대시라도 하려는 심산으로 지목데이트에서 진영을 선택했다면 서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진영과 창현이 서로 지목할 것이라 생각하고 우회한 곳에서 창현을 만났을 때 당혹감은 어땠을까. 엉뚱하게 그곳에서 지안은 왜 또 마음이 심란해져서 '지옥의 카라반'사태까지 가게 만들었을까.
다시보기를 하면 결국, 진영을 향한 희영이 이 모든 서사의 시작이고 끝이었다.
희영, 창현,지안 2:1 데이트는 창현이 진영을 놓고 지안을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로 혼자가 된 진영에게 담담하게 직진하며 '내 첫인상은 너였어', '원래 너 밖에 없었어 난', '(누굴 만날 생각 있어?)지금 만나고 있잖아', '(진영은) 어딜가서도 충분히 관심 받을 수 있지'라는 진심을 담은 고백은 당사자인 진영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심호흡을 하고 듣게 만들었다.
늘씬한 큰 키에 긴 눈매, 큰 입, 오똑한 콧날, 귀족적인 각진 턱 등 진영과 희영은 남매처럼 보인다고 할 정도로 비슷한 그림체라서 두 사람이 있는 장면은 마치 만화가가 그린 만화 장면으로 바꾸는 것도 한몫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다정하고 은근한 스킨십이 벌써 마음을 간지럽게 한다.
각자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싱글대디가 어떻게 서로를 알아 나가는 지에 대한 로맨스가 눈물겹다. <돌싱글즈> 특유의 이혼의 아픔이나 자식을 키우면서 아이에게 가지는 미안한 감정이 출연자들의 연대를 키우고 진정성을 높인다는 특성에도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로서 오히려 그러한 조건이나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큰 치유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미 시즌2에서 남다커플과 비교를 할만큼 예쁜 사랑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혹여 과도한 관심이나 악플로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또한 만약 오래 잘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이 남긴 지난 여름날의 예쁜 추억이 젊은 두 엄마 아빠가 앞으로 여자로 남자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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