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의 장나라 남지현의 캐미가 좋다. 박형식 장동건이 출연한 <슈츠>의 베태랑과 MZ세대 조합의 남자 변호사 이야기와는 다른 결이다.
기혼의 성공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결혼과 육아 이야기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성공한 남성과 같은 역할의 여장부로 등장한다. 당연히 이야기에는 갈등과 좌절이 등장하고 그 허들은 과거 부모와의 갈등이거나 현재 가족과의 갈등인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었던 평화로운 가정이 흔들리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외면하다가 결국에는 가정의 의미를 인식하고 그를 통해 다른 성공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요즘 여성 영웅인 것이다.
장나라는 승승장구하는 이혼전문 변호사다. 커리어를 위해 모든 시간을 일에 쏟아붓는 동안 딸의 육아는 남편이 주로 맡았다. 이혼전문이지만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다는 완벽한 이미지는 남편의 외도로 위기에 다다랐다. 애써 외면했던 남편과 비서의 불륜이 결국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본업인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비록 직접 키운 세월은 적으나 아이에 대한 애착은 크기에 양육권이 주요 쟁점이다.
이야기는 장나라의 가정이 위기를 맞으며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 중심 라인이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의 각기 다른 이혼소송 케이스가 끼어들면서 장나라의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나간다. 다양한 부부들의 이혼 소송을 다룬다. 음주 폭력 남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사건, 바람난 남편이 아내를 의부증으로 몰아간 사건, 사이가 좋지만 빚때문에 위장이혼한 부부 사건, 독박육아에 지친 아내의 양육권 포기 사건, 성공한 사업가인 기러기 아빠의 재산분할을 노린 뻔뻔한 아내의 사건 등의 사건이 등장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그 입장에 맞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맡은 일이다. 의뢰인이나 피고인이 겪는 정서적인 상처나 슬픔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것이 직업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는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장나라가 연기하는 차은경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일이 되는 순간 그동안 기계적으로 해결해온 일들을 곱씹게 된다. 그렇다고 그의 변론이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달라지면 캐릭터 붕괴다. 다만 그의 선택이 단순히 의뢰인의 표면적으로 드러난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저에 깔린 요구사항에 대해 좀 더 어루만져줄 수 있는 마음 씀씀이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건 초임 변호사인 한유리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에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그녀가 겪은 일을 자신의 아이가 겪고 있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동료이자 아이의 멘토같은 사람이라 더 귀기울이게 된다. 더욱이 자기 손으로 이혼을 시켰던 피고인의 딸이기도 하기 때문에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부채의식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이상한 관계는 남자들의 브로맨스만큼이나 끈끈해지고 그들이 가진 아픔이나 모순, 단점을 서로 새롭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물꼬르 튼다.
유명 변호사 아내에 비해 그렇게 꿀릴것도 없는 의사 남편이 왜 이렇게 쭈글이가 되었을까 싶다. 아이에게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 아빠라는 것도 유니콘이기는 하다. 극의 전개로 보았을 때 이들 부부가 잘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가 엄마냐 아빠냐의 선택이 기로에 선 지금, 불륜녀가 임신까지 한 상황에서 차은경과 김지상의 갈등은 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혼 소송의 소동으로 인해 그간 알게 모르게 쌓아왔던 정들었던 추억이 아이로 결실을 맺었고, 그 아이를 두 부부가 모두 끔찍히 사랑한다는 구성원간의 애착관계가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이들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남편은 조금 더 인내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아내는 좀 더 먼저 가정을 돌아보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개인의 길이 고되고 성공의 길은 험난하지만 가족이 함께 있음에 그 길을 걸어나갈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여자의 성공은 개인의 증명 기저에 가정의 평화나 행복같은 따뜻한 배경이 있을 때 완벽한 것이 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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