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 보는 줄 알았다.
일단 조진웅과 최무성 배우의 선악이 마주한 장면의 긴장감이나 정웅인과 라미란 배우의 계급의 경계를 두고 마주한 장면에서 이 드라마가 가진 서사의 핵심 갈등이 2회만으로도 몰입감을 만들기 충분했다.
게다가 아이의 폭풍 성장으로 단숨에 성인 배우들로 본격적인 서사를 만들어 내더니 2화에서 돌연 주인공이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이번 주 예고편에는 주인공이 깨어난다. 정치와 재벌의 뒷거래와 그걸 가능하게 하는 떡검의 역할이 전형적이라면, 이러한 급전개는 그러한 정형성을 깨뜨리는 본격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주인공 강호, 수능날 아침 시험을 보지 않았고 그 날 엄마와 큰 갈등이 있은 후, 바로 다음 장면이 검사가 되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감감하다. 조우리의 이장의 부인은 항상 마스크 시트를 붙이고 있고 수상한 문신을 하고 있는데다 강호와 같은 날 태어난 미주의 아이들은 과연 강호의 아이들일까 하는 궁금증까지.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세영 작가의 전략적인 이야기 전개에 흥미로움에 정신이 놓일 지경이다.
라미란이 맡은 엄마는 혼자 돼지농장을 운영하며 아이를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키우려는 드센 엄마의 전형이다.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도록 전국에서 최고로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워서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판검사가 되는 것이 인생일대의 목표인것 마냥, 학교에서의 공부 이외의 활동도 허락하지 않는다. 순하고 공부잘하는 아들은 엄마가 이끄는대로 순종적이었지만 그 답답함에 결국에는 폭발하고 급기야 엄마를 외면하기에 이른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여러가지 한번은 나쁜 엄마라 한다. <더 글로리>의 문동은 엄마처럼 사회적 관점으로 봐도 나쁜 엄마가 있는 한편, 자기 아이라면 세상의 규율이나 도덕의 기준이 달라지는 <마더>의 엄마, 그리고 오히려 자기 아이들에게만은 단호한 호랑이 엄마들이 있다. 나쁘다는 것은 그래서 여러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번째 엄마는 누가 보아도 나쁜 엄마로 모성애가 결여된 불행한 아이를 만든다. 두번째 엄마는 그릇된 사랑으로 결국에는 아이를 가정 밖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는 자립심을 박탈시킨다. 세번째 엄마는 엄마와 아이 모두 힘든 긴장감에서 모성을 강하고 딱딱한 갑옷으로 대신한다는 점에서 힘겹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은영중에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의 열망이나 기대가 숨막히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라미란은 오랜 엄마들의 전형을 연기한다. 자식들에게 엄하고 잘되라 바르거라 그래서 혼자서 당당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받지 않고 살거라. 아이들은 자존감이 올라가고 결국에는 성취하게 된다. 아이들은 그것이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 여기게 엄마들은 물러난다.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과 배려와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무뚝뚝하고 단호했던 모습에 적개심을 가지고 피하게 된다.
왠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들의 엄마들의 모습이 아닐까. 과연 이들이 나쁜 엄마일까.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이 있었을까.
순수하고 영리하고 손재주 있는 야무진 여자가 남편 없이 아이를 키워내는 그 세월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쁜 엄마는 나쁜 것이 아니라 독해져야 한다는 신념이었고, 여자가 아니라 엄마로 그렇게 살기로 선언했을 뿐이다. 아이에게 모든 걸 거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지만 자신의 아이를 잘 키워내야한다는 신념을 지켜내는 성실한 여자들, 엄마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 아이에게 나는 어떤 엄마인가.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아이와의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면서 건성으로 보내고 아이의 학교 생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친구와의 관계를 얼마나 진지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가. 아이의 삶에서 나의 품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게 시야를 얼마나 넓혀줄 수 있을까.
부디 강호가 자신의 엄마를 건강한 모성으로 자신을 키워냈음을 알고 따뜻한 녹두전을 천천히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속깊게 복수할 수 있는 속시원한 전개를 고대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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