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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영화 리뷰

[영화 리뷰] 스즈메의 문단속, 세 발 의자와 문 그리고 열쇠의 의미

by feelosophy 202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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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빨간 스포츠카가 나온 시점부터 김이 빠졌다는데, 나는 그 스포츠카에서 흘러나오는 오랜 일본 가요가 듣기 좋았고 오래 고속도로를 달리며 맞는 바람도 좋았다. 흥겹지만 구슬픈듯한 예전 노래가 마치 내가 과거의 어느 잊고 싶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해서 목가적이기도 했다. 혹은 비를 피할 수도 없는 겉만 뻔지르르한 빨간 스포츠카를 좆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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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은 감독 성향상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일본의 대지진이라는 자연 재해를 안고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들은 평범한듯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과거 지진으로 잃은 고향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왠지 서글프게 투영된 현실적 캐릭터들로 실감있게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대개 그렇듯 스즈메는 선택받은 아이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소타를 운명적으로 좋아하게 된 것,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미즈 현상을 보게 되는 것, 일본 열도의 미미지를 억누르는 요석이었던 다이진 고양이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도 구석구석 도움을 받으며 목적을 달성해내고야 마는 것까지 모두 영웅의 여정을 잘 수행해 낸다. 

 

스즈메가 문을 단속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바로 소타가 의자로 바뀌는 저주에 걸린 후 부터다. '내 고양이가 되어 주지 않겠니?'라고 다이진에게 플러팅(?)할 때는 언제고 그마음을 받아주기는 커녕 다이진을 좇아 소타를 되돌릴 궁리만 한 것이다. 스즈메는 집안 대대로 미미즈가 나올만한 문을 단속하는 원래 소명을 다할 수 없게 된 소타의 일까지 하게 되면서 스즈메에게 덮을 수 없었던 상처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스즈메의 문단속>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다리가 세 개 남은 노란색 어린이 의자

일본 현대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장면이나 재즈풍, 가요풍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에서 흡사 이 이야기는 실사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만하다. 그런데 신카이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이 의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물건인 작은 의자, 그것도 지진 피해를 짐작할 수 있는 세개 남은 다리를 가진 불구가 된 의자에게 생명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 의자에 혈기 왕성한 성인 남성이 들어가게 되고 그 저주를 풀기 위해 고양이 다이진을 좇는 우당탕탕 적극적인 여정이 보는 이들의 호기심과 애정을 북돋는다. 

스즈메에게 의자는 잊을 수 없는 엄마와의 과거 추억이지만 덮어놓아야 할 상처로 남은 기억이기도 하다. 그런 의자가 살아서 자기 삶을 되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나간다. 스즈메에게는 항상 엄마를 찾고 자기 어린시절의 꿈같은 기억의 실마리를 풀어낼 동기가 없었는데 이번에야말로 무언가 해낼 수 있으리라는 강한 믿음이 생긴 것이다. 

 

 

 

소타가 들어간 의자는 따뜻한 체온이 감돈다. 엄마가 만들어준 의자 눈은 그대로 그의 눈이 되었으며 그래서 이 쯤이 입술이겠거니 싶은 곳에 키스를 건내는 스즈메에게 설렘을 느낀다. 제 혼자 움직이는 노란색 작은 의자는 생경하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면서 스즈메에게 새로운 세계를 가리키며 거침없이 나가는데 필요한 길잡이 같은 것이다. 세 개의 다리로 삐걱거리기는 할 지언정, 그대로 딛고 서서 온곳을 뛰어 다닐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중요한 소품이면서 캐릭터가 바로 의자인 것이다. 

 

 

 

 

선택받은 자, 숙명을 의미하는 단 하나의 열쇠

 

일본 곳곳에 숨겨진 문은 오래전에는 사람들로 붐비던 삶의 터전, 일상적 공간에 남아있다. 그 곳들은 이미 폐허가 되어 사람들에게 지진의 아픈 상처로 방치되고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시간이 멈춘 곳이다. 마치 스즈메의 어린시절의 알지 못하는 추억 한가닥처럼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그런 곳들이다. 

 

그곳은 지진을 일으키는 미미즈가 언제든지 문을 열고 나올 틈을 엿보는 곳이다. 서쪽과 동쪽을 지키는 요석은 그들이 나오지 못하게 문앞을 지키고 소타와 같이 문을 단속하는 자들이 전국을 돌며 그곳을 돌본다. 스즈메의 마음 속에 있는 문도 소타의 열쇠로 안전하게 잘 단속할 수 있을까.의 문제로 바라보아도 무방하다. 

 

문은 항상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다. <몬스터주식회사>에서도 괴물들이 아이들의 비명을 수집하러 통과하는 텔레포트로서 수많은 문이 나왔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문도 같은 시대 다른 공간에 사는 마법사의 집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이 등장하였다.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세계로 들어갈 수 있거나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나의 마음을 단단히 하고 그 세계에 갇힌 나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마음은 든든하게 지켜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열쇠는 문을 여는 의미의 열쇠가 아니라 문을 잘 걸어잠그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항상 우리는 무엇인가를 열어 새로운 것을 찾으려하지만 우리 속에 남아있는 불편한 진실, 슬픔이나 트라우마에 대해 쉽게 꺼내어 놓고 살피지 않으려 한다. 문단속은 걸어잠그는 폐쇄의 의미가 아니라 세세하게 돌봄이라는 의미다. 나의 소중한 것들을 헤치지 않고 그것들을 단단하고 안전하게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씀씀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등장하는 상품이나 캐릭터, 소품에 관한 굿즈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야기 밖 우리의 삶에서도 의미를 가질만한 굿즈라면 더 사고 싶은 느낌이 강렬해지는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쓰임새가 적을 것 같은 세발 의자와 아이들 장난감과 다를것 같지 않은 열쇠를 갖고싶은 것을 보면말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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