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고백한다. 운이 좋았다고.
적절한 기회,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 적절한 사람까지 충주시 지자체 홍보 유투브인 '충TV'의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을 도와주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운은 확인해 봐야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운이 좋아 성공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두가지를 당부한다. 바로 '도전'과 '확신'이다.
이 두 단어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해도 좋다고 본다. 평범한 말이지만 깊이 새겨질만한 말이다. 거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이 당부는 5년간 보수적인 조직인 공무원들 사이에서 공식 유투브 계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충주맨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꼭 유투브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어떤 일이 궁금하다면 도전하고 확인해보면 된다. 그리고 이왕 도전하기로 했다면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이가 질거라 생각하는 일에 어떤 눈먼 성공이 달려들겠는가.
김선태 주무관은 기본적으로 조직에 대한 애정과 지역에 대한 사랑을 기본 바탕으로 자기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였다. 이런 인재를 만났기에 충TV가 발전할 수 있었다. 똑같은 시기, 비슷한 규모의 지역, 열린 마음을 가진 상관이 채널을 운영해보라고 기회를 준다 한들 김선태 주무관과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지난해 문화콘텐츠 마케팅 수업 시간에도 이야기가 나오고 채널 영상 여럿을 학생들과 함께 보기도 하였다. 또 트렌드 수업 시간에는 B급문화, 패러디 등의 주제로 충주시 유투브 사례를 다루기도 하였다. 그만큼 지난해에는 대중에도 널리 알려질만큼 유명해졌다.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고 정부기관 홍보 관련 강연을 다니거나 각종 TV프로그램에도 등장하고 유명한 다른 유투브 채널에 게스트로도 나왔다.
급기야 이렇게 <홍보의 신>이라는 책을 펴내기까지 한 홍보맨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기 충분하다.
일단 책부터 브랜딩이 확실하다. 브랜드 확장 측면에서 충TV의 홍보맨의 캐릭터를 전면에 활용하고 문구역시 시켜서 시작한 유투브인데 스스로를 '홍보의 신'이라 추켜세우는 것부터 충TV와 같은 결이다. 게다가 목차를 보는 순간 현웃이 터졌다.
누가 봐도 공무원의 공문서 양식이 떠오르는 포맷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디테일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순간 궁금했다.
어쩌면 이'정말 운이 좋고 부담이 없어서 해볼만 했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볼 수도 있다.
공무원이라는 경직된 조직이라는 기본 바탕이 있었기에 이런 B급의 어설퍼 보이는 영상이 더 크게 보일 수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애시당초 이런 바탕에 깔린 이미지가 없다면 콘텐츠의 의미 전달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바탕과 매칭이 되던지 그 바탕과 이질적이던지 해야 사람들의 기존 인식에 불을 켜며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배경이 없는 사람들은 내가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나의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구별되도록 해야 하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더 성공하기 어렵다.
또 다른 평가를 들어보자면, 홍보 성과에 대한 결과에 상관없이 정해진 월급을 받고 홍보일을 하는 입장이라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연간 홍보비 예산이 61만원이라지만 여기에 주무관의 연봉과 사용하는 공간의 집기류 등의 비용을 더한다면 연간 사용하는 비용은 증가한다. 시작할 당시에는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해도 본래 전문성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좌절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다른 지자체의 처참한 상황을 보아도 크게 상처가 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서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
누가 시켜서 했다는 수동적인 포지션이 있었기에(두가지가 상관관계가 크기는 하다.) '내 의지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라는 자유로움이 발현된다. 그래서 세련되지 않은 연출과 편집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여기에 경직되고 보수적이라는 공무원 조직의 이미지가 그런 자유로움과 상충되면서 '낯설게만들기'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켜서 하는 공무원이 유체이탈 방식으로 '한계를 여과없이 드러내기의 뻔뻔함'은 다른 지자체들도 가능했다. 그렇지만 성공하지 않았다. 돈은 더 많이 들였고 훨씬 먼저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다른 곳은 시켜서 했지만 '다르지 않게'하려고 애썼다. 전문 방송처럼 스튜디오시설이나 아나운서, 전문 주무관 채용과 외주업체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결국,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던 김선태 주무관, 홍보맨이 없었다면 안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가 은근히 돌려깐 공무원의 경직된 조직이라는 둥 뭉개기 수법을 썼다는 둥 철밥통이라는 둥의 이야기는 진담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 애정이 많이 묻어 있다. 조직에 대한 애정과 충주 지역에 대한 사랑때문에 자기 똘끼와 트렌드를 읽는 재능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예전 직원이 '비로소'라는 우리 회사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던 때가 있다. 어떤 일의 추진에 대해 반대하면서 '비로소 답지 않아요.'라는 것이다. 사장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마음 속에서도 브랜드 철학이라고 내세우던 것과 결이 맞지 않은 것을 남들 다하니까 해보자는 심산으로 언급한 것이었기 때문에 반가웠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과 조직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소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허술해보이고 날로 먹는 것 같아도 기저에 깔린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신념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채널의 위기 순간에도 멘탈을 잡고 지속할 수 있고 그 경험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외에 책에서 소개한 '충TV'콘텐츠의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콘텐츠로 풀어내는 방식과 채널 자체의 톤과 매너는 브랜드에 따라 달라야 하므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충TV의 작법을 따라가면 안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채널을 만들어내는 인재의 능력과 태도를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내용은 다른 유투브 채널의 성공비결을 내세운 책들의 내용과 큰 틀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이를테면, 홍보의 신인 김선태 주무관이 당장의 수익보다는 채널의 컨셉을 확실하게 하고 일관된 콘텐츠로 채널의 조회수와 인지도를 올려 채널의 성장에 집중하라고 한 이야기는 앞서 리뷰를 썼던 <콘텐츠의 신>에서도 '조회수를 높여서 광고수일을 위한 영상이 아니라 실제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 것과 이어진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은 채널의 컨셉을 결정 짓는 것이다.
[책리뷰] 콘텐츠의 신, 유튜브 채널 운영이 궁금해? (biroso.kr)
책<홍보의 신>에서 인상 깊었던 키워드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10초 건너뛰기'할 틈이 없게 하라.' 구독자의 시간은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이탈율을 만드는 것은 채널에도 좋을 것이 없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걷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말이지만 한편으로 영상을 즐겨 보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는 쉴새 없이 재미있는 부분으로만 짜여진 콘텐츠의 중독성이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금 지루하고 길어도 의미를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의 생각을 추가할 수 있는 호흡이 영양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스스로 드러내면 더는 단점이 아니다' 항상 '척'이 문제다. 예쁜척, 아는척, 있는척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눈치채면 그만큼 부끄러운 것도 없다. 드러낸다면 그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바이럴이 된다.' 이 블로그도 유입 중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들어오는 이들이 있다. 아마 내 글을 보고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해서 들어온 것일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추천을 한 것이겠지. 이것만큼 기분 좋은 것도 없다.
''날먹'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나는 이런 마인드가 부럽다. 쓸 데없이 무게 잡아서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특출나지도 않을바에야 날먹하면 실속이라도 있겠다 싶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날먹이지만 그 결과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가치가 생기기도 한다.
그 외에도 크리에이터로서 성공한 이후의 멘탈 관리에 대한 간접 경험을 공유한 부분이 좋았다. 언젠가는 더 많이 알려진 강사, 저자가 된다면 분명 호응만큼이나 비난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쾌한 문장과 그의 살아있는 영상이 오버랩되면서 책은 술술 읽힌다.
만약 당장 나의 브랜드 채널을 만들고자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힘들어도 쉴새없이 떠들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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