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그림책 생각놀이, 잔소리 대신 책 놀이로 경험하는 삶의 지혜쌓기

반응형

아이에게 잔소리 파티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내 목소리가 아이에게 들리고 있을까?'

경직되고 수직적인 관계를 드러내고 나의 이 근엄한 표정과 날선 목소리와 단어들이 만드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들리지 않는 말의 뜻을 애써 알아듣는 척 수긍하는 척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날 아이는 여러번 주의를 주었던 것에 대해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엄마로서 이번만큼은 똑똑히 알려주겠노라 마음먹은 터였다. 어쩌면 나의 조언,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아이의 무심함과 무례함에 화가 났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잘못이 왜 잘못인지를 알려주고자 하였다. 비슷한 이런저런 사례를 언급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입장이었을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아가 이러한 점을 고치지 않고 어른이 되었을 경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약간은 겁을 주었다. 

내 스스로도 인기많은 아이가 아니었으며 살면서 이런저런 해왔던 수많은 후회와 반성의 틀에서 아이에게만큼은 같은 실수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좋은 의도였다. 

그렇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다 무슨 상관이겠는가. 당장 지금 마음껏 소리내고 하고싶은대로 몸을 씰룩대고 보고싶은 핸드폰을 보거나 먹고싶은 밀키스를 한잔 들이켰으면 하는 마음 뿐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장연설을 통해 일종의 가스라이팅기법으로 간혹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 나의 체력과 성질머리가 버텨두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음을 놓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톰소여의 모험>에서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을 누구라도 해보고싶은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 메시지를 주는 입장에서나 받는 입장에서나 행복한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좋은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을 기르고, 예절을 지키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을 함양하는 아주 중요한 가정교육에도 사사건건 말로 힘들게 늘어놓는 일장연설은 줄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빈도와 시간을 줄이되 자연스럽게 놀이와 경험으로 아이 스스로 원해서 배우는 방식을 만들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작년 한해동안 아이 학교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림책 속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와 이미지로 나 스스로도 많은 생각과 만족감을 얻었다.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에 따라 새롭게 받아들이는 정보는 서로 다른 크기의 지혜로 탈바꿈한다는 의미에서 아이에게도 다양한 주제, 관점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경험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렇다고 그림책을 다른 의도를 다분히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면 아이는 즐겁게 그림책을 읽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좋은 그림책을 적절하게 큐레이션하여 볼 수 있도록 권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같은 고민을 오래해온 선생님들이 엮은 책으로 <그림책 생각놀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은 생각이라는 키워드를 나누어 다양한 방식의 놀이에 적용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속에 구체적인 이해를 키워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그림책 생각놀이>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이 지었다. 그림책으로 수업하고 생각하는 힘을 지닌 학생을 길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은 모임이다. 책은 총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그림책과 관련한 놀이를 제시하고 그 결과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의'를 주제로 아이들의 생각의 힘을 기르도록 한다. 

'그림책은 다양한 내용과 이미지를 담고 있는 융,복합적 예술 매체이다. 글로, 그림으로, 숨겨진 상호연결성으로 새로운 창조의 세계가 그려지는 매력적인 도구이다.(p.7)

생각놀이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혜를 얻으려면 참지식이 많아야 하고 참지식을 얻으려면 좋은 생각이 많아야 한다. 단어, 문장, 언어와 지식, 개념을 다시 해체하고 연결하는 상황을 제시하는 놀이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차원적인 인지활동을 놀이라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사고수준은 이 책의 6개의 장의 주제이기도 한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의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분류체계는 블룸의 분류체계(Bloom's txonomy)로 알려진 것이다.

먼저, 기억은 정보의 내용을 떠올리고 회상하는 생각이다. 정보를 기술하고 찾아내고 열거하고 선택하고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정의, 암기, 설명, 열거, 재현, 검토 등의 활동으로 키워낼 수 있다.

이해는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설명하는 생각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보를 구별하고 설명하고 예를 들고 번역하는 것을 의미하고 기술, 요약, 부연, 비교, 대조 등의 활동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적용은 정보르 새로운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계산 발견, 수정, 이용으로 행동할 수 있다. 적용, 분류, 예시, 증명, 해결, 변환, 제작 ,도표, 차트 등으로 생각놀이의 활동을 꾸려볼 수 있다. 

분석은 정보를 작은 것으로 해체하고 조사하고 살펴보는 것이다. 나눈다. 분리한다. 구별하고 지적한다 등의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확인, 조사, 지지, 순서, 결론, 연역, 범주, 이유, 비교 등의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평가는 정보의 쓰임새와 가치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비교, 해석 ,결론 대조 등의 활동이 평가와 관련된 활동이다. 판단, 의견, 입증, 주장, 결정, 평가 등의 활동이 있다. 

마지막으로 창의는 정보를 다른 정보와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생각이다. 편집, 수정, 조직, 재배열 등의 행동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예측, 창안, 상상, 가정, 결합, 설계, 추정, 발명, 구성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1. 기억과 관련한 그림책 생각놀이 ; 다양한 주인공, 상황이나 직업, 나열을 다룬 그림책을 활용할 수 있다.

1) 인상깊은 장면을 떠올리기,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기

2) 시장에 가면~ 놀이

3) 그림책 속 단어를 뽑고 섞어서 찾기

4) 연상 단어 릴레이

5) 직접 정보, 지식의 연상 확인(역사, 미술작품 등)

 

2. 이해와 관련한 그림책 생각놀이; 비교와 대조, 연결과 지식전달 논픽션 등 주제의 그림책 등을 활용한다.

1) 같은점과 다른점을 이야기해보기

2) 낱말 간의 관계를 연결짓기

3) O/X 놀이  

4) 그림책 내용의 질문을 릴레이로 주고받기

5) 사물을 설명해서 알아맞히도록 하기

6) 책 인터뷰

 

3. 적용과 관련한 그림책 생각놀이; 상황과 이미지가 풍부한 그림책, 다양한 캐릭터, 각 캐릭터에 이입한 역할놀이가 가능한 그림책을 활용한다.  

1) 연속된 숫자를 가지고 말만들기

2) 상대방이 수긍할 만한 질문을 던져 상대방의 손가락 접기 놀이

3) 계단빙고 : 수준이 다른 것들을 나열하여 칸을 채운 빙고게임(ex. 금액에 따른 행복)

4) 책속의 가치를 주제로 한 엄지놀이: 가치에 설명을 이해하고 그에맞는 사례를 제시

5) 훈민정음 놀이: 자음을 뽑아 초성게임을 진행한다. 책속의 단어, 캐릭터의 생김새 등의 묘사와 관련한 단어로 맞히는 게임

6) 문장완성 게임: 주어에 맞는 뒷 문장을 완성한다. 

7) 징검다리 게임 : 긍정적/부정적 문장을 쓴 종이를 밟으면서 돌아오는 게임,  <줄무니가 생겼어요>, <네개의 그릇>, <상어 마스크> 등 외로움 극복과 다름의 인정에 관한 그림책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책을 활용한다. 

 

4. 분석과 관련한 그림책 생각놀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사고방식, 독창적 이야기, 갈등과 해소에 관한 그림책을 활용한다. 

1) 나를 맞춰봐: 물체의 부분 이미지를 가지고 무엇인지 맞히는 게임

2) 스무고개: 책을 읽고 떠올린 단어를 정답으로 스무고개

3) 가치카드 뽑기 놀이

4) 열린질문 놀이 : 예/아니오로 대답하는 질문을 하면 안되는 놀이

5) 숨은 생각 찾기 : 그림책을 읽기 전에 그림만 보고 추리하는 놀이

 

5. 평가와 관련한 그림책 생각놀이; 책 속 등장인물 간 상대방과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 주제로 한 책을 활용한다. 

1) 주사위 폭탄 : 주사위를 10번 던지며 합한 점수가 높은 팀이 이기는데 3이 나오면 그동안 점수를 모두 잃는 게임, 경우의 수와 욕심을 절제하는 것을 경험

2) 감정탐정 놀이 : 그림책의 한장면을 보고 감정을 맞추기

3) 그랬구나 놀이 : 상황별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이해해보는 놀이

4) 공감인생 놀이 : 슬프거나 기쁜 일의 경험을 나누는 놀이

5) 논리를 찾아라 : 3단 논법등 보편 가치를 근거로 사례의 논리적 판단을 제시하도록 하는 놀이

 

6. 창의와 관련한 그림책 생각놀이; 병렬적인 이야기를 다루거나 공감각을 제시할 수 있는 그림책을 활용한다. 

1) 소리를 찾아라 : 장면을 보고 나올만한 소리를 연상하여 이야기하기

2) 가위바위보 놀이 : 손으로 사물을 표현하기

3) 사물 100가지 활용법 : 평범한 사물의 새로운 사용법 이야기하기

4) 꼬리물고 이야기하기 : 이야기 구조를 만든 후 괄호에 사물을 넣어 이야기가 되도록 주고 받는 놀이

5) 결말만들기 : 그림책의 도입부만 보고 뒷 이야기를 만들기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독서노트를 쓰고 있다.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것, 책의 주요 내용이나 주인공이 겪은 것들에 대한 인상을 간단하게 적어보게 했다. 독서노트를 쓰면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이 부분이 인상적인데? 이건 왜 그럴까? 등으로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책 생각놀이>에서 아이의 연령에 따라 수준을 맞춰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내가 지금 바로 활용해보고 싶었던 부분은 아이와 독서노트를 쓸 때 활용하기 좋은 내용이었다. 책의 이해와 관련한 단원에서 책에 대한 공통 질문에 관한 표이다. 이 표는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이라는 책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 얻게 된 지식, 책 속 이야기 구성에 관한 이해, 기존 지식과의 비교, 다른 책 혹은 작가와의 비교 등으로 책의 안팍을 두루 확인해볼 수 있는 질문이다.

그 중 책의 내용에 관한 이해를 돕는 질문으로 내가 꼽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책을 읽을 때 놀라운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에서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였나요?

- 이 책에서 화가 난 장면은 어디인가요? 

- 이 책에서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요?

- 이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낀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의 이야기중 가장 긴장이 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에서 궁금한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을 읽고 감동받은 부분은 어디인가요?

-  주인공은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요?

- 책을 읽고 든 생각이나 느낌은 무엇인가요?

- 작가가 표현한 방식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 이 책은 10점 만점 중 몇 점인가요?

- 당신이 글쓴이가 된다면, 새롭게 바꾸고 싶은 부분은?

-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 인상깊은 문장 또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 이 글쓴이와 비교할만한 다른 글쓴이는 누구인가요?

- 이 책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 이 책과 비슷한 다른 책은 무엇인가요?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리고 어떤 감정을 가지는 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와 감정들이 있는지 알아두고 지금 읽고 있는 그림책의 인물들은 어떤 것과 연결지을 수 있는 지 이야기해본다면 좀 더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는 어떤 것일까?

감사, 겸손, 경청, 공감, 공부, 공평, 관심, 관용, 긍정, 나눔, 노력, 도전, 믿음, 반성, 발전, 배려, 보람, 보살핌, 부지런함, 사랑, 생명존중, 성실, 솔선, 실천, 아름다움, 약속, 양보, 양심, 용기, 우정, 유머, 인내, 자신감, 자연사랑, 자유, 적극성, 절약, 절제, 정리정돈, 정성, 존중, 질서, 착한마음, 책임, 친절, 평화, 함께하기, 행복, 협동, 희망(<행복한 삶을 위한 가치카드>中)

 

책 속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기쁨 : 감동하다, 고맙다, 기대되다, 기쁘다, 만족스럽다., 뿌듯하다, 사랑스럽다, 설레다, 신나다, 안심되다, 자랑스럽다, 자신만만하다, 즐겁다, 편안하다, 행복하다, 흥분되다, 힘나다

2) 두려움 : 걱정되다, 긴장되다, 놀라다, 당황스럽다, 두근거리다, 두렵다, 망설여지다, 무섭다, 불안하다, 어색하다, 조마조마하다, 혼란스럽다, 황당하다

3) 불쾌, 혐오: 곤란하다, 괴롭다, 귀찮다, 답답하다, 밉다, 부끄럽다, 부담스럽다, 부럽다, 불편하다, 싫다, 쑥스럽다, 얄밉다, 지겹다, 피곤하다, 힘들다

4) 슬픔: 마음아프다, 막막하다, 미안하다, 비참하다, 서럽다, 섭섭하다, 속상하다, 슬프다, 실망하다, 심심하다, 쓸쓸하다, 아쉽다, 안타깝다, 외롭다, 우울하다, 허전하다, 후회스럽다

5) 분노 : 분하다, 억울하다, 원망스럽다, 짜증나다, 화나다

 

그림책을 활용하면 평소 경험하는 것들과 사뭇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 속에서 새로운것,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지식을 쌓기도 한다. 그림책은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발전시키고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그림책 생각놀이>가 기억,이해,적용,분석,평가,창의의 6가지 분류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놀이 활동을 선보인 것에서 앞으로 만나는 그림책들을 어떻게 읽고 그것을 통해 어떤 생각을 발전시켜볼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게 된 것 같다. 

아이와 그림책을 경험하면서 그림책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 생각의 범위를 고민하고 활용하고 가치, 감정 등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보고자 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