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렵고 고민되는 순간 중 하나는 아이가 또래 친구 관계에서 힘들어할 때이다. 새학기를 맞아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아이들은 친구 문제로 은근히 속앓이를 하게 되기도 한다. 지난해 친하게 지내고 싶은 무리의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해 친구 문제로 속상해하는 딸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성장하던 것이 생각났다. 특히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의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고민하는 딸아이를 가진 엄마에게 레이철 시먼스의 『소녀들의 심리학』이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점차 여자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을 길러내는 환경에서 성역할에 대한 기대를 주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 책이 쓰인 시점과는 조금씩 차이는 생기겠지만, 또 미국인 학자의 글과 우리 나라의 문화적 정서에서의 차이도 고려해야겠으나 여자 아이들의 또래 관계를 이해하는 심리적인 부분을 알아보기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우리 딸들이 겪는 현실적인 관계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은밀한 공격성’(relational aggression)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데, 이는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소문 퍼뜨리기, 따돌리기, 무언의 압력 등을 통해 관계를 조종하는 방식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소녀들의 관계와 심리
초등학생 딸을 키우다 보면 “엄마, 오늘 친구들이 나를 무시한 것 같아”라거나 “친구가 갑자기 나랑 안 논대” 같은 고민을 자주 듣게 된다. 『소녀들의 심리학』은 이런 상황이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관계 안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 침묵 속의 공격성, 그리고 해결 방법
여자아이들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분위기로 상대방을 소외시키거나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이 아이들의 관계를 풀어나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그 친구가 너한테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라고 질문하면서 아이가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 가르치기
책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관계의 원칙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친구 사이에서도 NO라고 말할 수 있다’ 같은 기준을 세워주는 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5장으로 되어있으며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소녀들은 왜 다르게 성장하는가?
여자아이들이 또래 관계에서 보이는 독특한 행동 패턴을 분석하며, 사회적 기대가 어떻게 아이들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순응적이고 협조적인 태도를 기대받으며 자라는데, 이는 친구 관계에서도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경향을 만든다. 또한, 또래 그룹 안에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다.
2장: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
소녀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모든 친구와 항상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으며, 갈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돌려 말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그룹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규칙이 여자아이들의 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부모가 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설명한다.
3장: 침묵 속의 공격성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하는 간접적인 공격 형태를 분석한다. 소문을 퍼뜨리거나, 따돌리거나, 집단적으로 배척하는 방식이 주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행동은 겉으로는 분명한 갈등으로 보이지 않지만, 피해자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책에서는 이러한 공격이 왜 발생하는지 설명하며, 부모가 자녀에게 건강한 대처법을 가르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법, 친구 사이에서도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4장: 딸이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돕는 법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친구 관계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다룬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시키고, 친구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단순히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기보다는, 아이가 겪는 감정을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5장: 또래 압력과 자존감 기르기
소녀들이 또래 집단에서 느끼는 압력과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또래의 기대에 맞추려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책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또래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나는 나대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로서 이 책을 읽고 배운 점
딸이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고 넘기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겪는 감정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경험이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친구 관계에서 어떤 것이 건강한지,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아이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래 집단의 힘이 강한 초등학교 시기에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부모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관계를 조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면서 친구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건강한 관계 형성을 돕고 싶은 사람
감정 표현과 갈등 해결을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
이 책을 읽고 나니, 딸이 또래 관계에서 힘들어할 때 무조건 위로하거나 해결해 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관계를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성장해 나가야겠다.
아이의 감정표현에 관한 지난 포스팅도 참고해보면 좋겠다.
아이의 감정 표현 능력, 가정에서 키우는 6가지 방법 (감정단어 활용하기)
아이가 점차 자라고 있다. 곧 사춘기가 오면 아이의 일상이나 생각을 엄마아빠와 공유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한다. 자기 감정과 존재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때 다양한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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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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